[랍 휴스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스타 싹쓸이’ 첼시, 돈으로 안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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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적자가 7500만 파운드(약 1340억 원)인데 두 명의 선수를 사는 데 똑같은 돈을 쏟아 붓는 사람이 있을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최근 스페인 출신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와 브라질 출신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를 영입했다.

2003년 6월 러시아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런던으로 날아온 아브라모비치는 왜 첼시를 인수하고 축구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까. 그는 정말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다. 이번 투자는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해 세계적인 스타를 대거 영입한 아랍 왕족 셰이크 만수르와 잉글랜드 클럽에 발을 들여놓은 미국, 인도 출신 억만장자 구단주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대응이었다.

요즘 세계 경제는 불황이다. 잉글랜드는 지역 도서관의 문을 닫고 방범 및 의료 시설에 대한 경비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1월에만 2억2500만 파운드(약 4020억 원)를 선수 영입에 썼다. 이 액수는 잉글랜드를 제외한 전 세계 클럽을 다 합한 것보다 많다.

선수에 대한 투자는 도박과 같다. 첼시는 토레스와 루이스를 영입한 뒤 첫 경기인 리버풀과의 홈경기에서 0-1로 졌다. 리버풀은 토레스의 전 소속팀이다. 토레스를 잘 알고 있는 리버풀 수비라인은 그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토레스가 디디에 드로그바(33)나 니콜라 아넬카(32) 등 첼시 선수들과 함께 조화가 된다면 복수할 날이 올 것이다.

아브라모비치가 첼시에 쏟아 붇는 ‘루블’(필자는 이를 ‘첼스키’로 부른다)이 우승컵을 가져오긴 했다. 첼시는 최근 FA 컵을 거머쥐었고 지난 시즌 리그 우승컵도 가져갔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는 여전히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말라 있다. 첼시는 16강에 올라 5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한 발 다가서 있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첼시의 우승 가능성은 낮다. 존 테리(31)와 프랭크 램퍼드(33), 드로그바, 아넬카 등 주전들이 노쇠했기 때문.

첼시는 한때 유망주에 투자했다. 하지만 성격 급한 아브라모비치는 참지 못하고 스타 영입에 다시 물 쓰듯 돈을 퍼붓기 시작했다. 선수를 키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바르사)는 11세부터 선수를 키우는 시스템을 갖춰 어린 유망주를 많이 영입한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를 13세 때 발굴해 월드 스타로 만들었다. 바르사는 유망주에게 패스와 움직임 등 기본기를 가르친다. 또 팀워크가 최고의 미덕임을 강조한다.

바르사의 멋진 경기 스타일이 완성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 35년 전 네덜란드의 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바르사에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크루이프는 아약스 암스테르담 유소년스쿨에서 성장했고 그 시스템을 바르사에 전했다. ‘라 마시아’로 불리는 바르사 유소년 시스템은 아약스 유소년 스쿨의 현대판이다.

크루이프는 호세프 과르디올라 바르사 감독의 정신적 지주다. 과르디올라가 바르사 선수였을 때 크루이프가 코치였다. 바르사는 상대 진영에서 압박해 볼을 따내는 능력이 세계 최고다. 패스와 기민한 움직임, 볼을 뺏겼을 때 바로 되찾아 오는 능력. 이 모든 게 ‘라 마시아’에서부터 길러진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바르사 축구를 단번에 살 수는 없다. 유망주를 체계적으로 키울 인내심을 가진 억만장자는 과연 없을까.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랍 휴스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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