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스포츠]내츄럴…타고난 야구천재의 늦깍이 승부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26분


타고난 천재들이 있다.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인물들이다. 나날이 배우고 또한 익히면 필시 일정한 경지에는 이를 것이나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지평이 따로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아시아 최고의 역사(力士)로 불리는 역도선수 김태현을 보자. 얼마 전 끝난 전국체전에서 그는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이는 전국체전 9회 연속 3관왕으로 고교 2학년이던 1986년 이후 전국체전에서 딴 금메달 수만 무려 39개에 이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유독 김태현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더욱이 김태현만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직 김태현 뿐이다. 이를 ’타고났다’고 말할 수밖에…. 자기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 곧 세계신기록이 되었던 선수들, 이를테면 마이클 존슨이나 세르게이 부브카는 여느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지평에서 사고하고 도약했던 선수들이다.

배리 래빈슨 감독의 따뜻한 영화 ‘내츄럴’(원제 the Natural)은 영화 제목 그대로 ‘타고난 천재 선수’에 대한 야구영화다. 로버트 레드포드에 로버트 듀발, 글렌 클로즈에 킴 베이싱어가 좌웅동체의 위력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타고난 천재’의 남다른 고독, 스스로 열쇠를 만들어 탈출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음의 감옥’을 얘기한다.

천재 야구 선수 로버트 레드포드는 메이저리그 명문 시카고 컵스에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그러나 기차에서 만난 여인과 인연이 되었다가 우연치 않은 권총 사고를 입고 야구를 그만둔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다. 35살이 된 주인공은 코치 연수를 받아야 할 나이에 최하위 구단인 뉴욕 나이트에 입단한다. 이후 영화는 하나의 공식처럼 흘러간다. 그를 신통치 않게 여기는 감독과 코치에게 화풀이를 하듯 주인공은 자신만의 배트 ‘원더보이’를 휘두르며 팀을 연전연승으로 이끌어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스포츠 영화의 그 숱한 감동의 명장면에 반드시 포함될 만하다. 새로운 위기와 슬럼프, 그리고 구단의 운명이 벼랑 끝에 선 상황. 2-0으로 뒤진 9회 말 마지막 기회. 동점 주자를 앞에 두고 주인공이 천재의 기운을 실어 방망이를 휘두른다. 공은 경기장의 조명등에 명중하고 마치 불꽃놀이처럼 라이트가 터지면서 경기장은 찬란한 불빛으로 환해진다.

(정윤수·스포츠문화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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