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전술-경기운영 모두 이겼다

  • 입력 2002년 6월 15일 01시 49분


한국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경기에 나선 선수들 답지않게 선수들의 얼굴은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강한 자신감이 넘쳤다.

정말 그랬다.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에게 꼼짝 못할 만큼 우리 선수들의 전술 운용력은 일정 수준을 넘어섰고 경기운영 능력도 여유가 넘쳤다. 포르투갈은 ‘궁지에 몰린 생쥐’처럼 경기 내내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들 스스로의 짜증을 이기지 못한 채 2명이 퇴장당하는 등 최고의 팀답지 않은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장했다. 포르투갈 선수들의 눈에는 보잘것없는 리그에서 뛰고 있는 별 볼일 없는 선수들로 보였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기량뿐만 아니라 조직력에서 포르투갈을 압도하며 ‘최고’란 자존심에 젖어 있던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이 한편의 드라마로 세계 축구계는 한국에 대해 다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날 한국이 수비를 두껍게 한 것이 성공의 시작이었다. 홍명보를 중심으로 한 포백라인에 유상철과 김남일까지 밑으로 처진 형태로 그물망을 형성, 공을 쉴새없이 돌리는 작전으로 포르투갈 선수들을 체력적으로 지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조급하게 만든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우리 선수들이 미드필드에서부터 철저한 압박수비를 펼치자 포르투갈이 전진패스보다는 뒤나 횡패스를 할 수밖에 없었고 패스연결이 제대로 안 되는 등 손발이 맞지 않자 동료들끼리 서로 원망 섞인 눈초리에 비방하는 모습도 보였다. 쉽게 흥분하는 포르투갈 선수들의 약점을 잘 간파한 작전이 아닐 수 없다.

초반 송종국이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개인 기량이 특출한 루이스 피구를 철저히 수비함으로써 피구를 쩔쩔매게 만든 것이나 후반 유상철이 피구를 맨투맨으로 마크한 것을 특히 칭찬하고 싶다.

상대 움직임에 따른 철저한 대인마크를 펼친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도 칭찬할 만했다.

이날 포르투갈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트 플레이였지만 몇 번의 기회가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전방위 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우리 대표팀에 남은 과제는 공격에서의 세밀함이다. 후반 막판 안정환이나 설기현의 슈팅은 정말 아쉬웠다. 좁은 공간에서 기회를 만들어 내고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좀더 가다듬고 슈팅의 정확성만 높인다면 정말 ‘큰 꿈’을 꿔도 좋을 것이다.

48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거둔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허정무 본보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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