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제 역할 못한 선수가 없다

  • 입력 2002년 6월 5일 02시 18분


오늘 우리 선수들은 얄미울 만큼 영악했다. 제 역할을 못한 선수가 없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상대가 감히 맞대결을 두려워할 만큼 날카로웠고 수비수들은 자신감에 넘쳤다. 사기가 오르다 보니 선수들간의 협력플레이도 호흡이 척척 맞아 들어가며 과연 이들이 과거의 한국 선수들이었나를 의심할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은 기선 제압이 중요한 전반 20분까지 몸이 굳은 채 긴장해 평소에 하던 걸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고 전반 5분경에는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 26분 터진 황선홍의 벼락 같은 슈팅이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느리고 둔한 폴란드의 포백라인을 적절히 공략했고 미드필드를 장악한 것이 우리 공격의 시발이 됐다.

황선홍은 이날 전반전 투톱으로 나선 설기현과의 2 대 1패스가 아주 좋았고 이를 기반으로 첫 골을 따낼 수 있었다. 황선홍과 유상철은 이날 골로 스트라이커로서의 감각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오늘 특히 칭찬하고 싶은 것은 홍명보를 중심으로 한 우리의 수비다. 전반 초반 최전방에서 한 번에 제치는 폴란드의 공격은 아주 매서웠다. 하지만 이런 폴란드의 돌파도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의 정확한 위치선정과 커버플레이에 막혀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세트플레이도 흠잡을 데 없었다.

또 그동안 히딩크감독이 멀티플레이어 육성을 공언해온 대로 대체선수가 충분해 선수기용이 원활했던 것도 승리의 요인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압박을 강하게 한 덕에 폴란드는 전반 중반이후 우리 선수들의 기세에 완전히 눌렸고 공격 뒤 수비로 전환하는 타이밍을 놓치며 자멸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 절대로 방심할 수 없지만 오늘 승리로 우리 국민은 16강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아마 실감했을 것이다.

허정무/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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