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LA 클리퍼스가 PO에 나갈 수 있을까?

  • 입력 2002년 8월 14일 10시 49분


몇 주 전, LA 클리퍼스가 대리어스 마일스라는 초특급 유망주를 포기하면서까지 지난 시즌 리그 전체 어시스트 1위를 차지했던 안드레 밀러를 영입했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많은 팬들로 하여금 클리퍼스의 다음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기대감에 큰 무게가 실리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안드레 밀러를 영입한 클리퍼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플레이오프 진출 도전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클리퍼스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팬들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멋진 농구를 구사함으로써 많은 팬들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게다가 올해 밀러를 영입하면서 한층 더 전력 보강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여전히 그들에겐 몇 가지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썰들을 풀어본다.

1. 클리퍼스에게 여전히 PO가 어려운 이유 첫 번째 - 슈터가 부족하다.

안드레 밀러의 지난 시즌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말할 수 있다. 지난 97-98 시즌, 엄청난 가능성을 인정 받으며 최대치 계약을 체결했던 'Z맨'. 그 후 부상으로 인해 세 시즌을 거의 날려먹었다 싶을 정도로 보냈다가 지난 시즌 복귀했지만, 그는 이미 예전의 기량을 모두 잃어버렸고, 이는 클리브랜드 캐브스의 가장 큰 암울함이었다. 게다가 스코어러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안드레 밀러는 이러한 팀메이트들을 이끌며 리그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이는 밀러가 동료들을 한 단계 발전(step up)시킬 수 있는 능력을 여지없이 발휘한 것이라 하겠다.

셋오펜스와 트랜지션 오펜스, 즉 공격에 있어서 밀러가 보여주는 세팅 능력은 이제는 제이슨 키드와 견주어도 크게 손색이 없는 그런 레벨이라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키드가 선즈와 네츠 시절의 여러 스코어러들에게 쉬운 득점 찬스를 제공하고 전반적으로 원활한 공격을 이끌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클리퍼스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지난 시즌, 클리퍼스의 경기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그들의 셋 오펜스가 타 강호들에 비해 턱없이 미약했던 점이었다. 제프 맥기니스는 실책이 적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훌륭한 포인트 가드였기는 했지만, 창조성 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건 사실. 이 점은 안드레 밀러가 상당 부분 메꿔줄 수 있는 부분이다. 밀러랑 맥기니스는 질적으로 다른 포인트 가드이니까.

밀러의 존재는 클리퍼스의 공격력의 조율 면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클리퍼스에는 밀러의 도움을 받아 득점을 거둘 수 있는 확실한 슈터가 여전히 부족하다. 에릭 피엣코우스키라는 확실한 슈터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수비력이 크게 부족한 선수이기 때문에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 힘든 상황.

지난 시즌 외곽 슈팅 면에서 괄목상대의 성장을 보여준 퀸틴 리차드슨의 존재가 무겁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는 아직 스팟 업 슈터에 불과하고, 코리 매거티에게서 역시 상당한 슈팅 업그레이드를 기대한다는 건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역으로 말해 이 두 선수로부터 다음 시즌의 클리퍼스의 성공에 대한 열쇠를 찾을 수도 있다라는 얘기.

엘튼 브랜드의 로우 포스트 공략, 그리고 라마르 오덤의 올 어라운드한 배스킷 공략 등은 클리퍼스가 내세울 수 있는 공격 옵션이겠지만, 밀러의 영입을 통해 득을 볼 수 있는 여러 오픈 찬스에서 이를 확실히 마무리해줄 수 있는 슈터들이 여전히 부족하다라는 점은 클리퍼스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 요소. 게다가 룰 개정 이후의 여파를 감안해보면 이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더 절실하다.

게다가 밀러에게서는 아직까지 맥기니스 만큼의 중거리 점퍼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

2. 클리퍼스에게 여전히 PO가 어려운 이유 두 번째 - 수비

안드레 밀러는 분명 제프 맥기니스 보다는 훌륭한 백코트 수비수이다. 기본기에 충실하며 발빠른 사이드 스텝을 지녔다. 또한, 굉장한 열정을 지니고 있다. 본인, 괜히 그를 제 2의 제이슨 키드라 평가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클리퍼스의 전반적인 수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좋아졌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왜냐. 미래의 'Defensive player of the year'인 대리어스 마일스가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마일스는 지난 시즌 클리퍼스에서 식스맨으로 중용되면서 주로 상대팀의 에이스를 전담 마크하는 역할에 충실해 왔다. 상대팀의 2-3-4번을 모두 마크할 수 있는 그런 재능을 지닌 선수. 물론, 파워의 부족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4번에 대한 수비력이 부족하지만 2-3번 수비에 대해선 그 괴물같은 운동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상당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가 제 2의 케빈 가넷이 될 것이다라는 가정은 넌센스이지만, 적어도 수비 면에서 가넷에 근접할 수 있는 그런 재능을 가졌음은 그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클리퍼스가 자랑할 수 있었던 최고의 수비 카드, 마일스에 대한 공백을 그 누가 메꿀 수 있을 것인가? 크리스 윌칵스? 멜빈 엘라이? 과연.. 윌칵스가 그나마 가능성이 크지만 그는 마일스처럼 상대의 2-3번 수비수를 막을 수 있을 만큼의 재능을 지닌 선수는 아니다. 그리고 아직은 너무 와일드한 면이 넘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필요한 선수.

마일스가 지난 시즌, 클리퍼스의 수비력에 공헌한 바는 상당히 크다. 하지만 밀러라는 특급 포인트 가드를 위해 클리퍼스는 바로 이 미래의 수비왕을 포기해야만 했고, 이는 당장 클리퍼스에게 있어선 큰 그리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의 이 어린 선수는 이미 클리퍼스 내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던 선수였다.

3. 클리퍼스에게 여전히 PO가 어려운 이유 세 번째 - Wild Wild West

클리퍼스는 분명 지난 시즌보다는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클리퍼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잊지 말자. 클리퍼스가 속한 디비전은 어디? 아니.. 클리퍼스가 속한 컨퍼런스는 어디?

바로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덕택에 덩달아 닉네임으로 붙어버린 Wild Wild West가 아닌가. 바로 서부 컨퍼런스란 얘기다.

서부에는 이미 매우 강력한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 아니 누구 하나 다리 몽둥이 뿌러지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 한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기정사실화 된 팀이 무려 6팀이나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레이커스, 킹스, 그리고 스퍼스. 재능 하나만으로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블레이저스와 매버릭스. 그리고 케빈 가넷과 월리 저비악이란 굳건한 원투 펀치 하에 테럴 브랜든이 이전과는 다른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는 팀버울브스.

이 중 울브스가 다소 불안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들만큼 지역 방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한 팀도 없다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아직까지는 울브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높기만 하다. 즉, 서부의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신흥 강호들의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 두 자리를 놓고 클리퍼스와 다툼을 벌일 팀들 역시 생각만큼 만만한 팀들은 아니다.

'얘도 이제 한 물 간 것 같아. 겨우 22득점에 8리바운드 밖에 못 하잖아?'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올스타 포워드 칼 말론이 건재한 유타 재즈, 그리고 팀 전체가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스테판 마버리라는 사나이를 필두로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진출을 달성할 수 있는 전력의 피닉스 선즈, 그리고 야오밍과 에디 그리핀이라는 수비의 축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휴스턴 로케츠, 게다가 게리 페이튼이 건재한 시애틀 슈퍼 소닉스 등등

만만한 팀들이란 하나도 없다. 전력 면에서 아직 클리퍼스가 저들을 넘어선 단계에 있다라고는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렇게 빡센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경험이 부족한 팀은 늘 그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법.

클리퍼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꿈

덕 콜린스 밑에서 상당한 수련을 쌓은 엘빈 젠트리는 자신의 팀이 단지 유망한 팀 수준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도 상당한 승부사이고 이제는 노련한 코치 대열에 들 수 있는 짬밥이다. 아직은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말이다. 젠트리가 재능을 주체할 수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적절한 롤을 부여하고, 확실한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면모를 우선적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클리퍼스의 비약적인 발전에 있어선 당장 네 명의 99학번들에게 큰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물론, 저 학번이란 것은 NBA 진출 당시의 숫자를 의미한다. 엘튼 브랜드(전체 1픽), 라마르 오덤(4픽), 안드레 밀러(8픽) 그리고 코리 매거티(13픽)

물론, 클리퍼스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불안 요소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저 네 명의 로터리 피커 수준의 재능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부인할 수 없으리라.

특히 라마르 오덤의 역할이 중요하다.

습관적인 마약 복용 문제로 인해 여러 모로 까끌한 앞 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오덤이 지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보여준 눈물처럼 크게 반성하여 농구 선수로서의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클리퍼스는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클리퍼스로 탈바꿈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안드레 밀러라는 확실한 포인트 가드마저 존재하지 않는가.

아직까지는 결코 쉬워보이지 않은 도전이지만, 클리퍼스는 젊은 팀이라는 팀 컬러와 같이 결코 속단할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 그만큼 매력적인 팀임에 틀림없다. 클리퍼스가 아직까지 불안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 이 부분들을 극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과연 네 명의 99학번들을 바탕으로 하는 엄청난 재능들이 어떤 모습들이 코트 위에 쏟아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지금이다.

어찌 되었건 간에 그들의 농구 게임은 여전히 활기차고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재미를 가져다 줄 것임에 틀림없다. 남은 것은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 결코 쉽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현 클리퍼스 본연의 팀 컬러다운 그들의 겁대가리 없는 도전을 기대해본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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