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세 가지 공천 변수[여의도 25시/황형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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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부터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동아일보DB
왼쪽 사진부터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동아일보DB
황형준 정치부 기자
황형준 정치부 기자
“세습 석균, 공작 운하, 투기 의겸.”

지난해 12월 중순 사석에서 만난 A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이 세 사람의 공천 여부가 더불어민주당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과 2018년 울산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비서실장과 동생 등 측근들의 비리 혐의 수사를 주도한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상가주택 건물에 투자했다가 논란이 되자 물러났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세 사람을 지칭한 표현이다.

A 의원은 “경위가 어떻든 이들은 결과적으로 세습과 공작, 부동산 투기의 상징적인 존재가 돼버렸다”며 “2012년 ‘김용민 막말 파문’처럼 총선에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의원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그가 자유한국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의 과반 확보를 점치는 당내 다수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2년 초 민주당은 지지율이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뛰어넘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그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만의 조짐은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노이사(친노무현, 이화여대, 486)’ 공천에서 드러났고 ‘나꼼수’ 출신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동이 정점을 찍었다. 당시 세종 후보였던 이해찬 대표조차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김 후보는 사퇴하지 않았고 결국 민주당은 전체 선거판에서 역풍을 맞았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민주당 의석수는 127석에 그쳤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한 대표는 사퇴했다. 국민들의 심판은 냉혹했다.

지금 상황은 8년 전과 비슷한 점이 많다. 2017년 대선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명 중 14명을 당선시키며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위기의 징후는 조국 사태를 둘러싼 논란과 선거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 처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권은 여권을 향해 “일방 독주”,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A 의원과 대화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미 세 사람의 출마는 가시화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 부위원장은 11일 북콘서트에서 “아버지의 길을 걷되, ‘아빠 찬스’는 거부하겠다”며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황 원장이 지난해 말 신청한 명예퇴직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반려됐지만 빠르면 이번 주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며 전북 군산에서 활발히 선거 운동 중이다.

이 세 사람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슬로건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고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서 남들과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건 기회 평등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김 전 대변인이 아무리 부인의 투자를 몰랐고 그 수익은 환원하겠다지만 정부 실세인 남편이 고급 정보를 제공한 것 아닌지 여전히 국민들은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대표적인 경찰 내 소신파로 경찰 안팎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황 원장에겐 ‘공작’이라는 비판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황 원장이 주도한 수사가 청와대 입김에서 자유로웠는지,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웠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국민감정을 건드리고 있지만 딱히 당내 공천 기준을 위반했거나 공천 배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일 것이다. 민주당이 후보자들의 공천 여부를 확정하는 건 두 달 뒤다. 공천 기준에 따른 원칙을 지킬지, 국민 눈높이와 감정을 고려해 예고된 시한폭탄을 피해 갈지 궁금하다. 공은 이제 이해찬 대표와 원혜영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에게 넘어갔다.
 
황형준 정치부 기자 constant25@donga.com
#더불어민주당#공천#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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