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희로애락을 품고 천년을 산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입력 2017-11-14 03:00수정 2017-11-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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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느티나무
마을마다 전설이 깃들었다고 믿었던 느티나무.
느릅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인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전통시대의 마을 공동체를 상징하는 나무다. 현재도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느티나무를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나무 중에서 느티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많은 느티나무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충북 괴산군이다. 괴산군 장연면 우령마을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령이 오래된 800년 된 천연기념물 느티나무가 살고 있다. 괴산군의 ‘괴(槐)’는 느티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다. 그러나 ‘괴’는 중국의 경우 콩과의 갈잎큰키나무인 회화나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괴산군에서 보듯이 ‘괴’를 회화나무와 더불어 느티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로도 사용한다. 느티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거(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회화나무와 느티나무를 동시에 의미하는 한자 ‘괴’를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나 문집에 등장하는 ‘괴’를 잘못 읽으면 오해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료의 번역에선 ‘괴’의 오역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티나무를 좋아하는 까닭 중 하나는 어느 곳에서든 잘 자랄 뿐 아니라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특히 느티나무는 빨리 자라면서도 오래 산다. 그래서 우리나라 마을에서 느티나무를 신목(神木)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신목 느티나무는 거의 예외 없이 전설이나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신목 느티나무 중에서도 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의 ‘현고수(懸鼓樹)’는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가 이 나무에 북을 달아 치면서 의병을 모집했다는 사연이 있다.

느티나무는 소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 목조 문화재를 이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경북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과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의 중정당 기둥이 느티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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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느티나무를 신목으로 삼고 있는 모습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받고 있는 공유경제의 실천이다. 느티나무는 마을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희로애락을 품는다. 마을 사람들은 느티나무에 모여서 크고 작은 일을 의논하고 즐거움과 아픔을 나눈다. 이유는 느티나무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따듯하게 맞아주기 때문이다. 공유정신은 신목 느티나무처럼 무조건 받아들이면서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나무처럼 이해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야만 절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느릅나뭇과#느티나무#충북 괴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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