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모바일 칼럼] 여자도 군대 보내달라는 네덜란드 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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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허문명 논설위원
27일 외신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내년부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군대 징병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는 97년에 징병제를 도입해 모든 남성은 17세가 되면 징집대상 연령이 되었다는 통지서를 받는데 내년부터는 여성도 17세가 되면 통지서를 받는다는 거지요. 지난해 노르웨이가 북대서양조약기구 최초로 여성을 군 징집대상에 포함한데 이어 두 번째 국가라고 합니다. 스웨덴도 2018년부터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합니다.

전쟁 위험이 거의 없는 북유럽국가 남성들은 병역을 의무적으로 이행하고 있지 않으며 여성도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신체검사뿐 아니라 군 복무에 얼마나 열의가 있는지를 고려해 징집대상을 선택하고 실제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한정돼있다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집대상에서 성차별을 없애는 것은 순전히 남녀동등 대우를 위한 눈에 보이는 마지막 장벽까지 없어야 한다는 상징적 조치라는 겁니다. 특히 여성 정치인들과 여성단체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하는군요.

유럽 국가들에선 여자 국방장관 탄생도 더 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인 헤니스 플라스하르트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지금 여성과 남성은 교육과 직업훈련 수준에서 동등하다”면서 “남녀 동등 대우를 하는 것이 여성의 불리한 점을 상쇄하도록 남성과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전 해외언론에서는 남녀 군인들이 내무반에서 함께 생활하며 며칠 째 먹지도 않는 혹독한 훈련을 치르는 노르웨이 여성 특수부대가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내무반에 애정은 없다, 우리는 군인일 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군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북유럽국가들의 성평등 수준은 세계적으로 알아줍니다. 여성경제활동 참가비율이 70%대로 성별간 임금격차도 거의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물론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대한 여성임원비율도 일찌감치 할당제를 통해 거의 30~40%에 달하고 있으며 절반에 육박하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일 양육 병행시스팀 역시 세계 최고수준이구요.

세계최저수준의 출산률 여파로 심각한 병역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이는 우리도 일부 여성단체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조항을 내세워 여성의 의무복부를 주장한다고 합니다. 꼭 전투병이 아니어도 군 행정, 간호, 대체복무 등을 통해 국토방위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은 남녀평등위반이라는 겁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취업이나 승진, 처우, 일 가정 양육에서 아직도 성차별이 엄존한 한국사회에서는 군복무 평등이라는 장벽까지 치우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곳곳에서 얼마나 차별이 없으면 여자들이 군대까지 보내달라고 할까, 배려도 싫고 특별대우도 싫으니 군대도 남성과 똑같이 입대하게 해달라는 북유럽 여성들이 부럽습니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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