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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조성하 전문기자의 그림엽서]궁금해야 산다

입력 2017-03-01 03:00업데이트 2017-03-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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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년간 인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온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포스터. 로고인 직사각형은 카메라 뷰파인더, 그 노란 빛깔은 태양을 상징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제공
조성하 전문기자
‘만약 당신이 실존한다면(If you are)? 숨을 쉬겠지(breathe). 그러면 말(talk)을 할 거고 궁금해 묻기도(ask)하며 곰곰이 생각(think)도 할 테고 그러다 보면 찾아보며(search) 체험(experience)도 하겠지. 그게 배움(learn)의 과정이고 그걸 통해 우린 성장(grow)한다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야. 성장 후엔 그 눈높이의 또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바람(wish)을 갖고 그걸 찾다(find) 보면 의문(doubt)에 싸이지. 그래서 질문(question)하고 이해(understand)에 이르는데 지식(know)이란 그렇게 얻어지는 거야. 그런데 뭔가 알고 나면 더 많이 알려는 게(want to know more) 인간 아닌가. 그거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음(You are alive)을 확인시켜 주는 가장 명백한 증거고….’

몇 년 전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자체 제작해 방영한 동영상 내용이다. 제목은 ‘호기심을 잃지 말자(Live Curious)’. 메시지는 이거다. 물음이야말로 사람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 행동이란 것이다. 질문은 사유를, 사유는 의심을, 의심은 탐구를, 탐구는 경험을, 경험은 지식을, 지식은 더 많은 지식을 요구하니 그 지식욕이야말로 존재를 실증할 핵심이란 것이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 그대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다큐 영상과 사진으로 ‘지구의 일기’를 써온 내셔널지오그래픽. 129년째 발간 중인 잡지와 TV 채널만 보면 미디어업체로 간주된다. 실제는 그 이상인데도. 이곳은 미국 국립지리학술원(National Geographic Society)이다. 세운 이도 우리가 잘 아는 분이다. 1876년 미국에서 실용적인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이다. 그가 지리학 인류학 등을 연구하는 인문학자 및 과학자와 더불어 발족시킨 비영리 단체다. 이 단체의 활동 방향을 보여주는 모토는 ‘좀 더(Further)’. 지리 관련 지식을 소수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인류애적 자각에서 비롯된 비전이다.

그건 로고로 상징된다. 노란색은 생명의 원천인 태양, 직사각형은 진귀한 사진과 영상을 시사하는 카메라의 뷰파인더. 이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이제껏 해온 일이라면 그건 오직 하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알지 못하고 가본 적 없는 지구촌 곳곳을, 듣도 보도 상상조차 못했던 자연현상을 보여주며 질문하게 만들기다.

‘질문’(호기심)에 관한 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그 화신이다. 스스로 ‘내게 재능이란 게 있다면 열정적인 호기심뿐’이라 말할 만치 물음을 강조해서다. 그의 어록도 그걸로 일관한다. ‘상상이 지식보다 값지다. 진짜 중요한 건 끝없이 의심하고 묻기다. 천금 같은 호기심을 절대 잃지 말라’ 같은. 그러면서 미국의 공교육에 통탄했다. ‘이런 데서도 아이들이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은 기적’이라고. 자신은 단 한 번도 학생을 가르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스스로 배울 조건이 갖춰졌음을 학생들에게 증명하는 데 힘쓸 뿐이었단다.

그에겐 질문이 곧 답이었다. 그건 이 말로 설명된다. ‘한 시간 내로 일생일대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정곡을 찌를 질문 찾기에 55분(대부분의 시간)을 쓰겠다. 해답은 5분 만에 구할 테니까.’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도 이렇게 해서 얻은 질문의 답이란다. ‘내가 빛에 올라타 우주를 가로지를 때 내 뒤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핵심을 파고드는 적확한 질문. 그게 곧 답이고 그거야말로 우리가 질문하는 버릇 들이기에 다걸기를 해야 하는 이유다.

노년의 아인슈타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그런 위대한 이론이 어떻게 떠올랐느냐고. 그러자 어머니 덕분이라고 답했다. 오늘은 어떤 ‘좋은 질문’을 했느냐고 늘 물으시던. 그래서 갖게 된 궁금해하는 습관, 그게 우주 원리를 꿰뚫는 아름다운 공식으로 승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초등 4학년의 5.6%, 고3의 27.0%가 질문을 전혀 하지 않는다(최근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발표 자료). 개인의 미래가 밝지 못하면 나라와 민족의 미래도 어둡다. 올 대선에서 이걸 바로잡겠다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의 손을 들어주겠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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