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49·끝>할 수 있는 투자, 할 수 없는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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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기자는 전셋집에 산다. 국민연금, 퇴직연금계좌, 연금저축보험, 펀드, 청약예금, 실손보험, 종신보험이 있다. 미래 투자까지 감안하면 만 65세부터 현재 가치 기준으로 월 200만∼250만 원 정도를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

‘재테크 책을 2권 썼고, 투자 칼럼도 연재한다면서 그게 전부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여기에는 ‘그러고도 재테크 조언을 할 자격이 되느냐’는 질책과 ‘정말 노후 대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섞여 있다.

많은 재테크 책 저자들의 실전 투자는 평범하다. 자기 책에서는 기술적 분석을 통한 주식 투자로 대박을 터뜨리거나 경매 부동산 투자로 수백%의 수익률을 낸 사례를 들지만 자기 돈을 과감하게 굴리지는 못한다. 때로 일부 전문가들은 본인 재테크의 수단으로 책을 출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변에 신문에 나온 희귀한 재테크 조언을 따라해 성공한 사람을 보기 힘든 것도 투자의 세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를 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내가 ‘할 수 없는 투자’를 솎아낸 뒤 ‘할 수 있는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다.

절대 할 수 없는 것은 부동산도 사고 금융상품에도 가입하는 ‘동시 투자’다. 월수입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4인 가구 기준 418만 원) 수준이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다면 집도 사고, 펀드에 적립식으로 목돈을 넣는 식의 재테크는 어림도 없다. 결국 재테크는 집 투자와 집을 사지 않는 금융투자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집을 살 생각인가? 그렇다면 연금 이외 다른 금융상품 투자는 생각하지 말라. 집을 사지 않기로 했거나 이미 산 상태인가? 이때부터 금융 투자가 가능하다.

‘잘 모르는 분야’는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중국 증시의 반등 가능성만 믿고 베일 뒤 작은 중국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대체 투자처로 포장된 원유, 구리 같은 원자재 선물이나 원자재 생산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건 위험천만이다. 개미에게는 모두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다. 단, 기업 분석이 가능한 대형 중국 기업이나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투자 분야다.

개미는 자기가 아는 분야라야 투자할 수 있다. 2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이 칼럼을 시작한 2013년 10월, 기자는 ‘실수요자라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부동산 거품이 일었던 2006년 전후 투자용으로 산 집 때문에 손실을 본 사람도 실수요용 집으로 갈아타라’고 썼다. 지난해 3월에도 같은 취지로 조언했다. 돈의 흐름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택경기 곡선, 정부 정책, 당시 거래 동향을 종합해 이런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 사람과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판단하지 못한 ‘미스터 우유부단’ 사이에 결과적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안타깝지만 주택 구입의 적기는 지났다. 지금 개미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투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비과세 상품에 돈을 넣는 것이다. 내년 1월 나오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는 해외주식형펀드에 투자해서 생기는 수익에 대해 10년 동안 세금을 매기지 않는 상품으로 1인당 가입 한도는 3000만 원이다. 증시에서는 선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유망하게 보는 편이다.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증시의 달러 표시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전용펀드와 같은 시기에 나오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예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한 바구니에 넣은 상품이다. 만기 때 순수익 250만 원까지 비과세한다. 이 투자바구니에 넣을 만한 상품으로는 그동안 세제 혜택이 없었던 신흥국 채권펀드나 지수연계증권(ELS) 등이 꼽힌다.

개미는 이런 공격적 투자 외에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챙기는 수비형 투자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예컨대 연금저축 가입 기간 5년 동안 세액공제를 3년만 받았던 사람이 중도 해약을 요청하면 금융사는 5년 동안 세액공제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해약환급금을 실제보다 적게 준다. 이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국세청에서 세액공제 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증빙자료로 내야 한다.

서민은 투자에 있어 좀 이기적이어도 된다. 정부가 ‘집 사라, 지갑 좀 열어라’ 하는 건 경제에 돈이 잘 돌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런 소비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면 된다. 생계와 교육비 대기에 빠듯한 개미는 정부 말보다 ‘소비한 뒤 남는 돈을 저축하지 말고 저축하고 남은 돈을 소비하라’는 워런 버핏의 말을 듣는 게 낫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투자#펀드#서민#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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