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41>1% 이자 거부하고 모험하려는 분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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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족에게 투자 추천한다면? 금융전문가 집단에게 물어보니…

① 세계의 공장 中 주식 직접 사라
② 고령화시대 헬스케어펀드 유망
③ 인도-러-브라질 펀드 장기보유

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증권가 은어인 ‘마바라’는 ‘근거 없이 투자를 부추기는 사람’이란 뜻이다. 마바라의 재테크 조언은 분명하다. ‘A 주식 사라, B 아파트 분양받아라, 대박난다’는 말은 믿기 어렵지만 속이 시원하다. 전문가는 지루하다. ‘A 주식이 유망하지만 위험 요인도 있으니 잘 생각해라, B 아파트 입지가 좋지만 수급을 따져 판단해라’라고 하니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연간 1%대 초저금리 시대를 사는 개미들은 돈 넣을 데가 없어 요즘 부글부글 끓는다. 마바라와 전문가를 적당히 섞어 후련하면서도 판세를 읽는 조언이 간절하다. 기자가 금융계 전문가라고 할 만한 이들에게 “당신 가족이 3000만 원을 장기 투자하려고 하면 어떤 상품을 추천하겠느냐”고 물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몫임을 기본 전제로 하겠으니 고상한 투자 철학은 빼고 마바라처럼 속 시원하게 말해 달라고 했다. 이 무례한 요구에 응해 준 전문가 풀에는 프라이빗뱅커(PB), 펀드매니저, 은행 임원, 정부 관료들이 있다. 답변 중 그럴싸한 키워드를 나열하자면 ‘중국, 헬스케어(건강관리), 브릭스(BRICS)’였다.

먼저 중국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 주식을 직접 사라는 것이다. 요즘 중국 주식 중에는 상하이자동차, 상하이제약, 중국 국제여행사 같은 주식에 수요가 꽤 있다. 그중 백색가전업체인 하이얼에 관심을 보인 전문가 설명이 이채롭다. “중국 기업이 처음에는 모방을 하다가 나중에는 자기 기술로 만드는 과정을 보면 경이롭습니다. 하이얼이 삼성전자 수준의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지금은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모를 일이죠.”

중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우선 증권사에서 증권계좌를 만들 때 외화증권거래약정을 맺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중국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전화나 지점 주문도 되지만 수수료가 HTS나 MTS보다 비싸다.

다음은 제약 업체나 건강기능식품 회사에 투자하는 헬스케어펀드. 이 펀드의 매력은 ‘세계가 늙어 간다’는 추세에 있다.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과 독일은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 즉 일할 수 있는 계층의 비중이 줄기 시작한 시점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이 늘었다. 주목할 점은 한국과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도 향후 1, 2년 내 감소세로 접어드는 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이 쇠락하는 반면 고령화 산업이 뜨는 판세를 읽고 돈 넣을 시점을 찾는 게 포인트다.

문제는 헬스케어펀드가 알려진 이슈여서 관련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상투 잡을 우려가 분명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아직 기회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버블이 일기 시작할 당시 전 세계 IT 관련 주식의 주당 매출액 대비 주가비율(PSR)은 6배가 넘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거품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 헬스케어 분야 PSR는 2배 안팎이다. 단순 비교하면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헬스케어 분야 거품이 15년 전 IT 분야보다는 덜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마지막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관련 펀드를 말한다. 중국은 앞서 직접투자 대상으로 충분히 언급했다. 인도는 기술 수준, 인재 풀, 땅 크기를 보면 잠재력이 큰 나라다. 이 숨은 능력을 성과로 터뜨리는 날이 펀드가 돈 버는 날이다.

문제는 정세가 불안한 브라질과 러시아 등인데 전문가들은 브라질 국채펀드에 특히 주목했다. 브라질펀드는 이 나라 화폐인 헤알의 가치가 중요하다. 마바라들은 “헤알화 가치가 많이 하락했으니 이제 반등할 때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논리로 투자를 권한다. 전문가들은 이걸 좀 고상하게 포장해 “국가 디폴트 가능성이 낮은 만큼 만기까지 안고 간다는 생각으로 관리하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같은 말이다.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테니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중국 주식 분할 투자, 헬스케어펀드 가입, 브라질 국채펀드 장기 보유 가운데 안정성, 공격성 순위를 매기는 건 무의미하다. 원금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하는 면에서 도긴개긴이다.

스스로를 마바라라고 낮춰 말하는 전문가의 조언은 귀에 담아 둘 만하다. “개미와 부자는 귀의 두께가 다릅니다. 개미는 귀가 얇아서 지금처럼 돈 굴리기 모호한 시기에 여기저기 휘둘리다 상투를 잡는 반면 부자는 여러 선택지를 잘 보고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어 조용히 실천합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1% 이자#마바라#중국#헬스케어#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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