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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39>용돈 수익률 ―82%, 용돈연금 수익률 66%

입력 2015-05-25 03:00업데이트 2015-05-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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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법적 지급 보장 없어서 못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기우
수익률도 어떤 금융상품보다 높아
美 日 獨 스웨덴도 강조하는 원칙… “용돈연금, 자녀가 주는 용돈보다 낫다”
홍수용 기자홍수용 기자
자녀 양육비 대비 노후에 자녀에게서 받는 용돈을 비교한 용돈 수익률은 ―82%이다.

한국경제통상학회가 밝힌 노인이 받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월 18만4000원, 25년간 5520만 원)에서 투자 원금인 양육비(3억890만 원)를 뺀 금액을 수익률로 단순히 계산한 것인데 쪽박 수준이다.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할 만하다.

반면 국민연금 수익률은 기자의 경우 66%다. 남성 기대수명인 79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받을 연금 총액과 30년간 내는 연금 보험료를 비교한 수익률이다. 일찍 죽으면 꽝이지만 괜찮은 성적표 아닌가?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고 욕먹는 것은 월평균 수령액이 올 2월 말 기준 33만 원으로 월평균 수령액이 235만 원인 공무원연금과 대비되면서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런 감정을 자극했다. 공무원연금을 줄이는 대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재직 때 임금 대비 연금 비율)을 40%에서 50%로 높이자고 하면 전문가가 아닌 국민이 좋아할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개혁 논의를 반기는 대신 대체로 2가지 큰 회의에 빠졌다.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은 어느 정권이든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포자기하는 피로감에 빠졌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고개를 들 무렵 한 고위 공직자는 기자에게 “현직의 연금은 별로 건드리지 않고 새내기 공무원의 연금을 많이 깎는 행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강력한 개혁의지를 밝혀도 ‘공무원이 개발시대 희생한 게 얼마인데 지금 이런 대접을 하느냐, 대기업 복지수준과 비교하면 공무원 복지는 열악하다’는 식의 결론 없는 논쟁이 이어지며 시간만 흘려보낼 것이라고 했는데 적중했다.





과거 세 차례에 걸친 개혁 때 그랬듯 ‘빅뱅’을 외면한 채 연금 지급시기를 조정하고 기여율을 약간 올리는 게 개혁안의 뼈대다. 언제나 비슷한 수준의 ‘무늬만 개혁’이 반복된다. 다음에 누군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자고 한다면 이 영상이 데자뷔처럼 떠오를 것이다. 이대로는 파국을 막을 수 없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만큼 많이 주자는 논의는 공염불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또 다른 회의감이 생겼다. 다시 말해 ‘노후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구호가 ‘국민연금은 언제든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정부 안에 잠재된 공감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건 공무원연금은 지급이 법으로 보장된 반면 국민연금은 지급보장이 돼 있지 않아 생긴 큰 간극이다. 실제 공무원연금법은 2000년 개정 당시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반면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한다’고만 돼 있다. 공무원연금은 적자가 계속돼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지만 국민연금은 적자가 심해지면 ‘더 내고 덜 받는’ 강도 높은 개혁이 추진된다는 의미다.

돌이켜보면 기자가 지난 한 주간 만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시중은행 대출상담역, 증권사 애널리스트, 부동산 중개업자 등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하나같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연계라는 핫이슈에는 관심이 없었다. “공무원들이 연금 더 받는 게 좀 배가 아프지만 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늙었을 때 국민연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몇 %인지 정확히 알려 달라”는 게 일반인의 심정이다. 연금 개혁 관련 회의감이 ‘국민연금 못 받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불안감에 대한 정부 생각부터 들어보자면 국민연금을 법으로 보장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힘든 것도 ‘그 몹쓸 조항’인 지급보장 때문이라고 보는 식인데 미래의 개혁에 족쇄가 될 조항을 넣겠는가. 그래도 걱정 말라. 지급보장 조항이 없어도 국민연금은 계속 지급된다. 기금이 고갈되는 2060년이 되기 전에 한국은 대개혁을 할 것이고 재정에서 연금을 부담해가며 생명줄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작 경계해야 할 점은 연금 개혁 논의로 생긴 회의, 불안감 때문에 국민연금을 기피하거나 관심을 끊는 현상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으면 일용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소득이 없어도 본인 희망에 따라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자발적인 임의가입자가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었지만 연금 기피증이 생기면 탈퇴자가 늘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해 말 17만 명에 이르렀던 임의가입자가 올해 2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 같은 연금 불신 상황이 이어지면 예측하기 어렵다. 탈퇴 문의가 늘고 있는 현장 상황을 보면 벌써 조짐이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급액 자체는 용돈 수준이지만 수익률은 어떤 금융상품보다 낫다. 임의가입을 권장하는 이유다. 임의가입 때 월 보험료는 8만9100∼36만7200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라, 여기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3층 대비 구조를 만들라’는 말은 식상하지만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에서도 늘 강조하는 원칙이다. 용돈연금이 자녀가 주는 용돈보다 낫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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