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짝퉁 자유의 여신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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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필, 몽골 울란바토르의 자유의 여신상, 2012년
한성필, 몽골 울란바토르의 자유의 여신상, 2012년
짝퉁 ‘자유의 여신상’에 필이 꽂힌 한성필 작가는 짝퉁에 관한 정보를 접하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달려가 촬영한다.

이 작품은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유치원 건물 앞에 서 있는 짝퉁 ‘자유의 여신상’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뉴욕의 아이콘인 자유의 여신상을 축소한 모조품을 보는 순간 한성필이 왜 짝퉁 이미지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묻고 싶었으리라. 사막과 대초원, 바람의 땅으로 불리는 몽골과 자유와 해방,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짝퉁 조각상 뒤쪽에는 몽골 국기와 미국 성조기가 나란히 바람에 휘날리고, 왼쪽 건물 벽면 양쪽에는 몽골의 화폐인 투그리크와 미국 달러의 문양, 오른쪽 건물 벽면에는 ‘LOVE’라는 영어 단어가 새겨져 있지 않은가.

동양의 몽골 어린이들에게 서양의 상징인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겠다는 뜻일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사랑하자는 의미일까?

한성필은 몽골보다 더 황당한 사례는 국내 러브 모텔 위에 서 있는 한국산 자유의 여신상이라며 현대인들이 모조품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시마다 마사히코의 소설 ‘나는 모조인간’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인간은 모두 미완성의 모조품이지. 옛날 사람의 패러디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단 말이야. 나도 그래. 나는 누군가의 패러디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영향을 받을 것이야. 그런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거야. 당연히 시대나 상황이 다르므로 결국 패러디가 되고 말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 자신은 누구의 모조품인지.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자유의 여신상#한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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