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이런 시장이 뜬다/김연식]<13>캐나다의 ‘긴 겨울’을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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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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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토론토무역관장
김연식 토론토무역관장
캐나다를 대표하는 백화점 ‘베이’는 1881년 개장 이래 130년 넘게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수년간 경기 침체로 토론토 시내에 위치한 베이 본점에 쓸쓸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요즘은 늦은 저녁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매장이 있어 관심을 갖게 됐다. 날렵한 디자인의 커피메이커 매장이다.

1인용 캡슐형 커피메이커는 전년 대비 160%나 판매가 늘어 최고 인기 가전으로 꼽힌다. 독신이나 2인 가정이 느는 요즘, 개인 머그컵에 맞는 양을 만들어 내는 1인용 메이커의 수요가 높고 다양한 맛의 커피를 간편한 캡슐 형태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즐기는 캐나다 사람들이 5개월 넘게 계속되는 추위를 나면서 꼭 장만하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다. 이뿐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인기가 높아지는 주거형 콘도(우리식 아파트)에는 식기세척기가 기본 옵션으로 설치돼 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여가 시간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으로 식기세척기의 인기가 높아졌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부재중 예약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도 뜨고 있다. 최근 지어진 콘도에 LED 조명이 설치돼 교체용 제품 수요가 느는 것도 LED 램프 수요의 주된 이유다.

이런 제품들은 ‘콘도’라는 주거 공간의 인기와 함께 여유를 중시하는 캐나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우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시장의 특성을 참고해 준비한다면 새로운 특수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캐나다는 초기 공략이 까다롭다. 인증마크를 받아야 하는 데다, 상품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 여기에다 베스트바이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벤더(판매업자)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벤더 등록 및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1000만 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성공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이런 비용을 들여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대형 유통기업은 벤더가 아니면 아예 만나 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간 벤더로 등록해 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토론토무역관은 중소기업과 유통기업의 입장차를 좁히고 수출에 도움이 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올 들어 국내 중소기업 5개사를 묶어서 1개의 통합 벤더로 등록해 비용을 나눠 분담하는 ‘코트라 벤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3개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인증마크 및 영어·프랑스어 표기를 비롯한 준비를 마쳤으며, 소매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2월 3, 4일 토론토에서 200여 명의 캐나다 바이어들이 참가하는 벤더 페어를 개최해 13개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을 캐나다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저렴한 물건을 좋아하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은 비싸도 구입하는 게 소비 패턴이다. 겨울이 긴 캐나다에서 꼭 필요한 것이 방한의류인데, 토종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나다 구스’가 600∼1000달러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를 이어가는 게 대표적 사례다. 춥고 긴 겨울을 버티려면 그 정도 투자는 할 만하다는 소비자들의 판단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이 많고, 그중에는 캐나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도 많다. 무조건 싼 물건으로 반짝 인기를 얻으려 하기보다 캐나다 사람들의 소비방식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으로 문을 두드린다면 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김연식 토론토무역관장
#코트라#캐나다#헤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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