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이런 시장이 뜬다/김기중]<9>콜롬비아에 지하철을 깔아라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KOTRA무역관장 릴레이 기고

김기중 보고타 무역관장
김기중 보고타 무역관장
인구 800만 명의 중남미 대도시 중 하나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요즘 교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고타의 도시 인프라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도시 개발을 시작한 이후 수백 년에 걸쳐 조금씩 확장돼 왔으나 인구와 차량은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증가해 이미 도로 교통망의 수용 한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보고타 시내 도로 및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은 콩나물 버스, 상습 정체,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 급기야 올해 3월에는 열악한 대중교통 서비스에 항의하는 시민과 대학생의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콜롬비아 중앙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보고타 시와 협의를 거쳐 보고타 지하철(메트로 보고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메트로 보고타 프로젝트는 70년 전인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를로스 산스 보고타 시장이 지하철 건설 계획을 밝힌 이래 역대 대통령 및 시장의 공약 사항으로 10여 차례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보고타 시민들도 작년 10월 실시된 지자체 선거에서 서민 중시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를 시장으로 선출하면서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페트로 시장은 “보고타에 도로를 새로 만들면 그 다음 날 바로 자동차로 넘친다”며 도로망 확충보다는 혼잡세 등을 통해 자가용 운행을 제한하고 이렇게 조성된 재원으로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처럼 지하철 건설 당위성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공감대,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 의지, 서민과 대중교통 환경 개선을 주요 정책으로 하는 시장 선출 등으로 보고타 지하철 건설은 현재의 대통령과 시장 임기 동안 가시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타 시내에 지하철을 건설하는 일은 시민들의 불만 고조, 현 시정부의 공약,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치적 경색 국면을 벗어나 ‘메트로 보고타’ 프로젝트의 설계와 감리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참가 자격 사전 심사가 공고되고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업체가 참가하는 등 프로젝트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우리의 최대 경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알스톰 사 역시 보고타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LG CNS가 3억 달러 규모의 보고타 교통카드 시스템을 수주하면서 콜롬비아에서 대중교통 인프라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한-콜롬비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올해 6월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콜롬비아를 방문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시키면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도 우리 기업의 ‘메트로 보고타’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신임 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치 대립을 딛고 조만간 본격화될 보고타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김기중 보고타 무역관장
#콜롬비아#보고타#지하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