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이런 시장이 뜬다/김기준]<6>미국 자동차부품시장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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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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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디트로이트 무역관장
김기준 디트로이트 무역관장
1년 전만 해도 미국의 ‘모터 시티’ 디트로이트에서 현대·기아자동차는 드문드문 눈에 띄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도요타자동차와 비슷하게 자주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8.9%로 도요타차의 12.9%를 육박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미국 소비자에게 연료소비효율(연비)이 가장 좋은 차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소비자리포트매거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 때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조건이 품질과 디자인에서 연비로 바뀌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1갤런(약 3.8L)에 2달러 미만이던 휘발유 값이 이제는 4달러대여서 대부분 2, 3대씩 자동차를 가진 미국 가정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환경규제로 미국 내 모든 자동차 기업이 기업평균연비(CAFE)를 2025년까지 54.5mpg(갤런당 54.5마일·L당 23.2km)로 개선해야 하는 점도 연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자동차 회사들은 연비를 줄이기 위해 소형 엔진을 개발하고 차체나 부품을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바꾸고 있다. 현대차는 아예 트렁크 내 스페어타이어와 수리 공구를 옵션 판매로 대체하고 간단한 펑크 응급조치 키트만을 제공할 정도다.

3월 25일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내 263개 자동차부품 품목군중 87%에 해당하는 229개 품목군의 관세가 철폐돼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이 미국 내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이고 글로벌 부품공급업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KOTRA 무역관 조사에 따르면 GM은 매년 구매원가를 20억 달러씩 절감하기 위해 한국산 부품 구매액도 현재 7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경량화 제품과 저탄소 소재 부품 개발 기술에 관심이 많아 한국으로의 관련 분야 아웃소싱을 넓혀갈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내 일본 자동차 메이커와 1차 부품 공급업체들도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위해 한국에 아웃소싱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2월 KOTRA가 주관해 처음으로 개최한 FTA 비즈니스플라자 행사에 참가한 디트로이트 지역 글로벌 자동차부품 바이어 23개사 중 9개사가 일본계 부품업체였다.

미국 내 자동차부품 시장 규모는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2035억 달러 정도로 최고 수준이던 260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자동차 판매 증가와 함께 서서히 회복하는 추세다. 외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은 2010년 기준 908억 달러에 이르지만 한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은 49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 기업 중 일본은 29개사, 독일은 19개사인데 우리나라는 4개사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며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한미 FTA 발효로 미국 시장이 마침내 빗장을 풀었다. 관세효과에 따른 가격 측면의 단기적 대응보다는 미국 내 트렌드를 읽고 그에 상응하는 기술 개발과 마케팅으로 접근한다면 우리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김기준 디트로이트 무역관장
#미국 자동차부품시장#연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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