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인사이드/김지영]해도 너무한 지상파 TV의 ‘옷 벗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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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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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정말 내가 그 장면을 찍었나 (스스로에게) 물을 만큼 부끄럽기 그지없다.”(배우 조민기)

배우가 제작발표회에서 고백할 만큼 SBS 드라마 ‘대풍수’의 베드신 수위는 높았다. 윗옷을 벗은 남녀 배우(조민기 오현경)가 침대에서 격정적인 정사를 하는 장면이 당장 첫 회(10월 10일)에 나왔다. 벗은 다리를 만지는 장면, 부둥켜안고 뒹구는 장면 등이 20초간 계속됐다. 4회에서는 자객이 지나가는 장면에까지 정사 중인 남녀가 잠시(!) 출연해 “단역까지 베드신이냐”는 빈축을 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납득이 안 간다”는 등 비난이 잇따랐다.

지상파 TV에 낯 뜨거운 장면들이 등장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느낌이 든다. 9월 25일 종영한 KBS2 ‘해운대 연인들’ 1회에서는 여배우(조여정)가 나이트클럽에서 한복을 입고 춤을 추다 옷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벗었다. 가까스로 가슴을 가린 채였다. 이를 본 남자 관객들이 일제히 “벗어라, 벗어라” 외치는 장면이 이어졌다. 인터넷과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우동 쇼’ 하냐”는 비난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9월 15일 종영한 MBC 드라마 ‘무신’도 노출 신으로 비판이 일었다. 노예로 끌려간 여성들이 신체검사를 받는 장면 중 여성들의 상반신 누드 뒷모습이 방영됐다. 이 과정에서 상의를 완전히 벗은 채로 가슴만 손으로 가리는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드라마뿐 아니다. 8월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서는 한 출연자(모델)가 탈의실에서 빨리 옷을 갈아입는 미션에 도전했다. 실루엣으로 처리되긴 했지만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여성이 옷 입는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나왔다. “가족과 보기 민망하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오후 10시 이후 방영되긴 하지만 모두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다. 하지만 청소년들과 나란히 앉아서 이런 낯 뜨거운 장면을 볼 정도로 호탕한 학부모는 없다.

지상파 TV의 선정성 수위가 왜 갈수록 높아지고 있을까.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인터넷의 음란물 범람으로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수위에 대한 의식이 흐려진 것도 있지만, 과다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폐해가 크다”고 분석한다. 배우의 고가 출연료 등 제작비가 엄청나게 높아진 상황에서 시청률에 목맬 수밖에 없고 결국 ‘벗기기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1년간 미국에서 안식년을 지낸 손 교수는 “미국의 경우 케이블 드라마에서는 베드신과 여성의 누드가 나올지라도 지상파 드라마는 엄격하다. 한국 지상파의 성 표현에 대한 수위는 내놓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아무 때나 인터넷에 접속해 ‘야동’을 접할 수 있고 케이블 TV에서 ‘19금’ 프로그램이 시간대를 불문하고 방영되는 것도 모자라 공적인 영역인 지상파 TV까지 동참하고 있다.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미디어환경 변화와 성폭력 연구’에서 “최근 10년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높은 케이블 TV나 인터넷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어린이 및 장애인 성폭력, 친족관계 성폭행 등 과거 사각지대에 있었던 성폭력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걸핏하면 터지는 끔찍한 성범죄에 대해 지상파 TV도 자유로울 수 없다면 도대체 이 사회에서는 누굴 믿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지상파 TV#선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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