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강혜승 기자의 엄마 도전기]<3>아이는 누가 키우죠?

동아일보 입력 2012-08-08 03:00수정 2012-08-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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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결혼은 ‘사회적 구속’이라던 사람이었다. “여자라서 행복해요”보다 “여자라서 투쟁해요”란 구호가 더 잘 어울렸다. 진보 성향 매체에서 일하는 선배 기자 얘기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청첩장을 돌리더니 임신, 출산까지 논스톱으로 진도를 밟았다. 그러곤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얼마 전 밤늦게 전화가 왔는데 그 선배였다.

“임신했다며? 축하해∼.”

술자리에서 내 소식을 들었단다. 거나하게 한잔 걸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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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아기는 몇 살이우?” “다섯 살.” “벌써? 다 키웠네∼.”

“내가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애한테 3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야. 그땐 엄마가 곁에 있어 줘야 돼. 3년만 잘 키우면 그 뒤로는 알아서 커. 그 3년을 놓치면 돌이킬 수가 없어.” 선배는 3년만 고생하라는 얘기를 하고 또 했다.

‘이 사람도 엄마가 됐구나.’ 기특하면서도 심란했다. ‘선배 말대로 애 옆에 엄마가 있어야 하는데….’

임신 전부터 현재까지 나와 남편을 짓누르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 무방비로 기습 공격을 당한 듯 찔렸다. “그러게…. 애는 누가 키우지?” ‘엄마가 키우지,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 할 수 있지만, 당연한 게 당연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요즘은 아이를 품에 끼고 키울 수 없는 엄마가 많다. 생계형과 자아성취형,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생계 때문에 일을 포기할 수 없고, 사회적 성취 때문에 일을 포기할 수 없다. 많은 경우 두 이유가 복잡하게 얽히기도 한다. 그런데 사회는 극단적으로 묻는다. ‘아이냐? 일이냐?’

친구 하나가 한 달 전 결혼을 했다. 미루고 미루더니 결혼하니 좋다고 헤벌쭉한다. 그런데 고민도 생겼단다. ‘언제 임신을 하느냐?’

마흔 줄에 들어서는 남편 나이를 생각하면 당장 임신을 해도 늦다. 친분 있는 산부인과 의사도 볼 때마다 성화란다. 그때마다 “지금 큰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서”라고 둘러대지만 돌아오는 건 “아니, 지금 임신보다 더한 프로젝트가 어딨느냐”는 타박이다.

그는 공연기획자로 잔뼈가 굵은 친구다. 문화예술계가 그렇듯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 20명 남짓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육아휴직이라는 법적 권리를 찾기는 힘들다. “3개월 출산휴가까지는 쓸 수 있는데, 휴가가 끝나면 그 핏덩이를 누가 키울까 싶어. 1년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아예 회사를 나가야 할 분위기야.”

아이에게 만 2세까지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모르는 부모가 있을까. 일생에서 뇌가 가장 활발히 발달하는 시기다. 특히 부모와의 애착이 중요한데, 이때 ‘감정의 뇌’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주 양육자가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격이 달라진다. 최선의 주 양육자는 물론 엄마 아빠다.

은행에 다니는 지인은 돌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한동안 힘들어했다. ‘○○이가 아침밥을 잘 먹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내 준 일정표 첫 줄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갓난아기가 오전 7시 반부터 일정표에 따라 생활한다는 게 안쓰러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을 시작한 지 4개월째. 그녀는 “아이가 먹고 자는 건 안심이 되는데, 엄마 품이 필요한 시기에 떼어 둔다는 게 항상 걱정”이라고 했다. 그래도 여성 인력이 많은 금융계에 적을 둔 덕에 1년간 육아휴직도 쓰고, 직장 어린이집 혜택도 누리고 있으니, 그녀와 아이는 그나마 국내 모성보호 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강혜승 기자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모 대학 유아교육과 교수에게 상담을 청했다. “아니 애를 누가 키우긴? 엄마가 키워야지. 애들 밖으로 내돌리는 정책 말고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돼요.” 교수는 답답해했다. “만 2세까지의 정서적 발달 문제가 학교폭력, 왕따 문제로 이어져요. 정부가 개인과 회사에 책임을 미루다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거예요.”

사회는 저출산을 걱정한다. 동시에 낮은 여성 인력 활용도를 우려한다. 모두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고민이다. 그러면서도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만 2세까지의 가정 내 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법으로 보장된 1년간의 육아휴직도 정착시키지 못한다.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상식이 우리 사회에서는 왜 유독 난센스일까.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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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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