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강혜승 기자의 엄마 도전기]<2>“우리 복덩어리, 우리 돈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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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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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몇 달째 카드 결제대금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본격 더위가 오기 전부터 수박을 이틀에 한 통씩 먹어치우다 요즘은 복숭아에 꽂혔다. 6개들이 한 팩 가격이 1만5000원. 복숭아 한 개에 2000원이 넘는다. 손이 덜덜 떨리는 가격이다. ‘그래도 먹고 싶은 건 먹어야….’

그런데 이달엔 좀 심했다. 카드 결제대금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명세서를 살피는데 7자리 숫자가 눈에 확 띈다. ‘이게 뭐지?’ 아, 산후조리원.

두어 달쯤 전, 친구가 대뜸 물었다. “너 산후조리원은 정했어?” “(출산)예정일 아직 멀었는데?” “얘 봐, 임신 확인하면 조리원부터 예약한다잖아.” “그래?”

요즘은 출산을 하면 퇴원 직후 조리원으로 향한다. 2주간 모유 수유 교육도 받고, 아기 돌보는 법도 배우면서 산모는 몸을 추스른다.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인기 조리원은 출산예정일을 6, 7개월 남긴 산모도 방을 예약하기가 힘들단다.

당장 산후조리원 정보를 모은 뒤 세 곳 정도를 후보군에 올렸다. 토요일 하루 날을 잡아 남들처럼 ‘조리원 투어’에 나섰다. 시설도 깔끔하고 평도 괜찮은 곳을 먼저 방문했다. 하룻밤에 10만 원 정도인 호텔 수준. 밥 세 끼와 간식도 챙겨 주고, 요가와 마사지 프로그램도 갖췄다. 그런데 좌욕기를 공동으로 써야 한다. 산모들은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 출산 뒤 하루에도 수차례 좌욕을 하는 게 좋은데 일회용 플라스틱 시트를 들고 다니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가격이나 물어 보자.’ “원래 480만 원인데, 부가가치세가 10% 인하돼서 420만 원에 해 드려요.” 상담사는 선심 쓰듯 요구르트도 건넸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좌욕기가 방마다 있는 조리원. 고급 마감재를 사용한 입구에서부터 가격이 비쌀 것 같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오렌지주스를 앞에 둔 난 상담사의 설명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이미 가격표를 본 뒤였다. 일반실 가격이 600만 원. 그 위로 VIP, VVIP, 스위트룸…. 끝없이 올라가는 특실의 맨 위에는 2000만 원짜리 펜트하우스가 있었다. 330m²(약 100평)는 돼 보이는 실내에 야외 정원도 붙어 있다. 개인 마사지실도 있고 간호사도 따로 상주한단다.

“겨울에도 정원에 원하시는 꽃을 심어 드려요. 그런데 여긴 산모님 출산 예정일엔 예약이 돼 있네요. 10월에 남은 방은 하나예요. 이것도 오늘 중 예약금을 걸어두셔야 돼요.” 700만 원짜리 딱 하나 남은 방을 뒤로하고 나서는데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도 벌 만큼 버는데 왜 기분이 이렇지?” 괜히 속이 상했다. 비싼 돈 내고 누구는 ‘일반’ 산모, 누구는 ‘very very important’한 산모가 되는 것도 빈정상했다. 세 번째로 찾으려 했던 조리원에 전화를 걸어 빗길을 핑계로 방문 예약을 취소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본 그곳은 더 비싸면 비쌌지 저렴할 리 없었다. 서울시가 공개한 산후조리원의 평균 비용은 분명 250만 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나온 평균이야?’

그렇게 현실에 눈뜨게 됐다. 아이를 낳는 데 돈이 든다는 걸, 그것도 아주 많이!

아이를 먼저 낳은 동서가 얼마 전 e메일로 파일 하나를 보내줬다. 출산용품을 정리한 엑셀 파일이었다. 침구 의류 수유용품 목욕용품 외출용품 상비약 등등 품목별 준비물이 100가지가 넘었다. 아기 의류만 슬쩍 봐도 배냇저고리 속싸개 겉싸개 손싸개 발싸개…. 끝이 없다. ‘이걸 다 사면 얼마야?’

우선 덩치 큰 유모차부터 검색해 보니 인터넷몰 인기 상품으로 160만 원짜리가 첫 줄에 떴다. ‘선바이저가 장착된 후드’에 ‘시트포지션도 후방 3단계로 변형 가능’하고 ‘바퀴도 최상의 핸들링을 제공’한단다. ‘매력적인 핸들링에 높은 연비’ 어쩌고 하는 게 자동차 못지않다. 600만 원이 넘는 유모차도 있으니, 가격도 경차에 버금가는 셈이다. 엄마들이 많이 택하는 유모차는 60만 원 선, 여기에 40만 원대 카시트를 더하면 100만 원이 넘는다.

그럼 젖병이라고 만만할까. 120mL 제일 작은 신생아용 젖병 하나가 2만 원 선. 신생아라도 젖병 3, 4개는 있어야 하고,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젖병 용량도, 필요한 개수도 는다. 매일 삶아 대는 소모품이라 3개월에 한 번씩은 새것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젖병값만 수십만 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친구 하나는 백일 지난 아이를 보며 “우리 복덩어리, 돈 덩어리∼” 노래를 부른다. 젖을 떼고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는데, 150mL를 3시간 간격으로 먹어치운단다. 한 달 분윳값이 20만 원 정도 든다. 하루에 7, 8번씩 가는 기저귓값도 한 달에 15만 원은 잡아야 한다. “먹고 싸는 게 다가 아니야, 월령별로 발달 단계에 맞춰 장난감도 사 줘야지, 그림책도 보여 줘야지. 지난달엔 예방접종비만 30만 원 들었어. 아기 앞으로 매달 70만 원은 족히 든다니까.”
강혜승 기자
강혜승 기자

아, 그러고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출산장려금이 생각났다. 구청에 전화해 물어봤다. 우리 구청에서는 첫아이를 낳으면 10만 원을 준단다. 지난달 산부인과 진료비가 10만3600원이었는데….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출산장려금#복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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