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43>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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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결혼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뉴스에서 찾아냈다. 요즘 여자들, 생각이 달라졌단다. 학벌이나 직업도 옛날이야기고, 이제는 ‘돈이 최고’라는 거다.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연봉 8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여성들의 선호도가 명문대 출신은 물론이고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선호도보다 확연히 높았다는 것.

전에 모임에서 만난 여자 동창생이 “부동산 임대업 하는 젊은 남자와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게 요즘 여성들의 트렌드였던 것이다.

‘임대업 하는 젊은 남자’란 ‘대단한 부자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의미다. 아버지 재산이 많아서 취직할 필요도 없이 빌딩 관리하면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인생.

과거에는 그런 생각을 설혹 품었더라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던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콕 찍어서 말하게 된 것일까.

세상살이가 그만큼 팍팍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라고 해봐야 피 말리는 경쟁에 폐업이 속출한다고 하고, 명문대 출신인들 뾰족한 수가 없는 한 월급쟁이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빤히 알기 때문에 이제는 대놓고 ‘돈 많은 남자’를 원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디로 간 것일까? 드라마 속 연인의 애절한 장면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여자들의 순수한 마음은.

확인해 볼 기회가 생겼다. 그 여자 동창이 결혼날짜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부잣집 아들을 만났다는 그녀에게 전화로 축하인사를 전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사랑하는지.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힘든 세상에, 애들도 아니고 무슨 사랑 타령?”

남자는 마음속으로 ‘약아빠진 속물’이라고 비난하려다가 그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아니, 더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 주제에 여러 가지를 원했다. 적당히 예쁘고, 적당한 학벌에, 적당한 집안환경. 말로는 ‘적당한’이라지만 실제로는 ‘전부 다’ 원한 게 아닌가. 반면 여자 동창이 남편감에게 바란 것은 한 가지였다.

남자는 결혼 적령기 남녀들이 상대를 좀체 만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를 비로소 찾아냈다.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눈먼 사랑’에 여간해서는 빠져들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 클릭만 하면 누가 더 멋진 것을 갖고 있는지, 쉽게 비교할 수 있으니.

그래서 원하는 바가 자꾸 늘고, 그것을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바라며, 기대만 높아지는 것이다. 그 결과 웬만한 사람은 눈에 차지 않는다. 아는 게 많아서 눈이 높은 것은, 따라서 불행한 것이다.

한상복 작가
#결혼#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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