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41>여자 무서운 줄 몰랐던 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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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번개 모임. 안부 인사에 곁들인 대선 이야기가 한 바퀴 돌자 한 친구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신입사원 중에 대단한 여자애가 있는데….” 나머지가 동시에 물었다. “예쁘냐?”

사내들이 모이면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하나로 귀결된다. 여자, 그것도 예쁜 여자.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여자들이 ‘착한 송중기’에 열광하는 거나 같다.

“지난 주말에 마누라랑 백화점 갔다가 엄청 예쁜 여자를 봤지 뭐냐. 힐끔대다가 저녁 내내 혼났다.”

사기 결혼은 여자들만 당하는 게 아니다. 충격이란 면에선 남자들의 경험도 만만치 않다. 사귈 때에는 바람만 불어도 위태로울 것만 같던 예쁜 그녀가, 결혼 후에는 180도 변신해 동화 속의 계모처럼 못살게 굴기 시작했을 때의 충격이란.

‘여자 무서운 줄 몰랐던 죄’로, 그렇게 꽉 쥐여살며 실컷 당해놓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게 남자란 족속인 모양이다. 아무리 술기운이라지만 이런 막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다 귀찮다. 예쁜 여자랑 동남아로 도망가서 살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예쁜 여자 역시 함께 살기 시작하는 순간, 허물을 벗고 그 속에 감췄던 낯선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 ‘집중관리’가 여자의 본성이라는 진실 역시.

여자들은, 예쁜 외모만으로 만족하겠다는 남자들과 달리, 원하는 게 많다. 영국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가 말했다. ‘강도는 목숨이나 돈 중에서 하나를 요구하지만 여자는 둘 다 요구한다.’ 그 결과가 집중관리다.

“너희들, K 소식 들었냐? 열한 살 차이 나는 풋풋한 여자랑 재혼했다더라.”

이번에도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와∼ 부럽네. 예쁘대?”

어제는 ‘여자가 그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고 후회를 하면서도, 오늘은 또다시 예쁜 여자를 기웃거리는 불치병의 사내들. 마누라에게 당하며 살지만 ‘그래도 다른 예쁜 여자는 내 맘대로 어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로망을 품고 살아간다. 재혼 후에 곱으로 당하는 친구의 속내도 그들을 꿈에서 깨우지 못한다.

이런 남자들을 깨우라고 신이 아내들에게 선물한 ‘집중관리 도구’가 휴대전화인 모양이다. 친구들은 하나둘 전화를 받고는 윗도리를 걸치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한창이었을 시간.

골프 관련 사업체들이 울상이란다. 아내 눈치 보느라 골프에 입문하는 젊은 남자들의 수가 크게 줄고 있다니 미래가 암울할 것이다. 반면 가족 단위로 즐기는 캠핑 같은 아웃도어 산업은 활황이다.

남자들이 예쁜 여자 로망에 빠져 있는 사이, 여자들은 세상을 착실히 바꿔놓고 있다. 여자들, 정말 무섭다.

한상복 작가

[채널A 영상] 120년 전 미녀는 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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