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한우신]마을여행과 서울 관광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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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사회부 기자
한우신 사회부 기자
지난달 서울시는 서울 방문 관광객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서울을 찾은 외래 관광객이 2016년 기준으로 1345만 명인데 2023년에 2300만 명으로 1000만 명 가까이 늘린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추진하겠다는 사업만 96개에 이른다.

일부에서는 서울이 과연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남아처럼 저렴하게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양 멋을 살린 대형 건축물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많다고 보기도 힘들다. 지금까지 서울 관광업 성적이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면세점 쇼핑에 크게 좌우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가가 싸지도 않고 외국인들이 주목할 만한 유적지도 부족하니 나머지 영역에서 매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하는 당위성은 일자리에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에 따르면 100만 달러를 지출했을 때 관광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25개로 같은 조건에서 화학제조업의 3배, 자동차제조업의 1.7배, 금융업의 1.5배에 이른다.

관광업 중흥을 위해 서울시가 하려는 노력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마을여행 활성화다. 현재 외국인들이 찾는 서울 관광지는 도심 일부에 편중된 게 사실이다. 북촌 등 관광객이 몰리는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이 관광객 증가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다. 서울에 가볼 만한 곳이 늘어나면 편중된 관광객이 분산된다. 갈 곳이 많아지니 관광객 총량 증가도 기대된다.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유럽을 보면 원천은 골목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에스토니아 탈린 등이 대표적이다. 런던 등 대도시를 찾는 관광객들도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 머물지 않고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다 더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개성 있는 마을여행이 중요해졌다.

최근 서울의 대표적인 마을여행지인 성수동과 망원동을 찾은 적이 있다. 성수동은 서울숲, 개성 있는 카페, 소셜 벤처들이 어우러져 있고 망원동은 서민 먹거리 천국인 망원시장이 핵심이다. 두 곳에서 주목할 점은 주민, 상인, 건물주가 함께 상생 협약을 맺거나 경제공동체를 구성해 관광객 증가가 지역 주민에게도 이득이 되도록 한다는 점이다. 관광객 증가가 임차료 상승과 대형 자본 유입을 불러 기존 지역민들은 떠나고 개성은 줄어드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등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때 서울 청계천에 인접한 편의점에서는 날마다 바나나우유가 동나곤 했다. 해외로 수출한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이 청계천에서 바나나우유를 먹는 모습을 따라 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건 거창한 무엇이 아닌 디테일일 수도 있다. 주변 곳곳에 숨은, 사소하지만 빛나는 개성을 소중히 지켜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우신 사회부 기자 hanwshin@donga.com
#서울#관광도시#유커#마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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