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지현]기업 승계 ‘3%의 벽’ 넘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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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산업1부 기자
김지현 산업1부 기자
유난히 재벌가 승계 소식이 이어진 한 주였다. 구본무 LG 회장이 타계한 지 40일 만인 지난달 29일 LG 이사회는 만 40세의 장자, 구광모 전 LG전자 상무를 그룹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씨(33)를 이달 1일부로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로 발령 냈다. 회사 측은 부인했지만 재계에선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으로 새로 출범한 주력 계열사에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파동이 이어지던 3일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녀 박세진 씨(40)가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상무로 입사했다. 직전까지 박 씨는 전업주부였다.

재계에선 1945년 광복 이후 본격적인 한국 기업사가 시작됐다고 본다. 한 세대를 평균 35년으로 잡는다면 한국 기업들에 이제 3세대의 막이 열린 셈이다. 최근 승계 소식이 이어지는 이유다.

승계를 통한 오너 경영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한 ‘스피드 경영’과 ‘책임 경영’이 오너 경영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이 이른바 ‘초격차 전략’으로 반도체와 전자산업에서 스승 격이던 일본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반면 오너의 역량 부족으로 의사 결정을 그르칠 경우 기업에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안길 수도 있다. 홍콩중원대의 조지프 판 교수가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214개 가족경영기업을 분석한 결과 총수 교체 이후 8년 사이 평균 60% 가까이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승계는 단순한 자리 물림이 아니라 기업이 새로운 성장을 시작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승계 작업은 단순히 오너 가족뿐 아니라 기업 전반의 성패와 임직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절차라는 얘기다.

승계 작업이 쉬운 것만도 아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15년 4월호)에 실린 글로벌 인사관리 컨설팅업체 이곤젠더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0%의 가족경영기업만 2세 승계에 성공했다. 3세까지 가는 기업은 12%에 불과했고, 고작 3%만이 4세 이상 승계를 해냈다. 100개 기업 중 3개만 4세 승계에 성공한 셈이다.

이곤젠더는 승계에 성공한 글로벌 50개 가족경영기업을 분석한 결과 그 배경에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더불어 오너 개인의 역량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완벽하게 내재화하고 기존 상식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내는 역량이다.

특히 오너들은 고객과 직원을 최우선시하는 전략을 세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경향도 강했다. 그들이 내다보는 미래는 다음 ‘분기’가 아닌 다음 ‘세대’란 것이다. 최근 승계 대열에 합류한 한국의 3, 4세들이 ‘3%의 벽’을 넘으려면 꼭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김지현 산업1부 기자 jhk85@donga.com
#기업 승계#가족경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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