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송충현]갈 곳 많은 국내여행지, 바가지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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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산업2부 기자
송충현 산업2부 기자
최근 본보는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 기획을 시작했다. 국내여행 마니아가 꼽은 한국의 숨은 여행지, 관광벤처기업이 추천하는 국내 관광코스 등 다양한 기사로 국내여행의 매력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도 국내여행 활성화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 정부 부처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를 봄 여행주간으로 선정해 강원 원주시, 충북 단양군 등 봄철에 가기 좋은 전국 17곳의 관광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여행주간은 부처와 민간 협업으로 교통편, 숙소 등을 할인해 여름에 집중된 국내여행 수요를 봄, 가을, 겨울 등으로 분산하는 정책이다.

많은 여행객도 이에 화답했다. 관련 기사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국내에는 단순 관광이 아니라 지역 곳곳을 누릴 수 있도록 여행하기 좋은 장소가 많다’ ‘우리나라 여행도 알고 보면 너무 좋다’ 등의 반응들이 대표적이다. ‘국내여행을 할 때 여행지의 역사를 공부하고 가면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등 구체적인 여행 팁을 공유하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여전히 국내여행에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가장 큰 불만은 ‘바가지요금’이었다. 유명 관광지의 식당과 상점이 ‘한철 장사’에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이유로 바가지를 씌우니 국내여행이 꺼려진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담당 부처는 누구보다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인의 선의,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별도의 행정조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봄 여행주간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에 대해 “별도로 마련한 대책은 없다”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낀 사항을 관광불편신고센터(1330)에 신고하면 지자체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가격은 자율로 결정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만큼 여행 수요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다간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봄 여행주간에 앞서 바가지요금 근절 캠페인을 열거나 지자체와 함께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도 보였으면 국내여행 수요를 살리는 데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객들은 해외여행을 한 번 떠날 때 평균 170만 원을 쓴다. 국내여행비(평균 10만 원)의 17배다. 훨씬 많은 돈을 쓰지만 여행 만족도는 해외여행이 국내여행을 앞선다. 여행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는 활동이다. 손해 본다는 생각을 가진 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는 특히 정부가 ‘근로자휴가지원제도’를 다시 도입해 국내여행을 활성화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국민들에게 삶의 여유를 갖게 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의지에 걸맞은 묘안을 내야 할 때다.
 
송충현 산업2부 기자 balgun@donga.com
#국내 여행#바가지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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