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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인사이드 코리아/브래드 벅월터]근면 성실은 ‘한국인만의 DNA’

입력 2012-07-06 03:00업데이트 2012-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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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대표
지금은 금요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사무실 밖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차량의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금요일 저녁의 모습이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는 ‘이것이 한국인의 힘이고, 대한민국의 저력이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미국은 오후 4, 5시가 차가 가장 막히는 시간이다. 심지어 금요일에 쉬는 기관도 적지 않다. 한국인들의 업무시간이 짧게는 4시간, 길게는 하루가량 더 긴 셈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인의 치열한 삶의 방식이 외국인인 내게 놀라운 자극이 되었다. 어떻게든 목표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업무 태도, 투철한 서비스 마인드, 일에 대한 열정….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서비스업인 퀵서비스, 대리운전도 이런 한국인 특유의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내가 몸담은 보안전문기업인 ADT캡스 한국법인에서는 한국에서 개발한 다양한 보안 솔루션을 해외로 역수출하고 있다. 보안 분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본사에서 한국법인의 제품을 채택해 사용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어서 세계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사례다.

가까이에서 본 한국인은 언제나 그렇듯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 한강벌에 거대한 메인스타디움을 멋지게 세웠던 88 서울올림픽 때도, 장롱 속의 아기 돌반지를 모으며 이겨냈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도, 세 번의 도전 끝에 결국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을 때도 그랬다. 분명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 담긴 노력을 알기에 한국인에게는 기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이루는 바탕이 된 한국인만의 근면, 성실, 도전의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만의 DNA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미국에 갈 기회가 있었다. 미국 사회 전체가 ‘왜 경제가 안 좋지’라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 왜 안 좋긴, 한국만큼 열심히 일을 안 하니까 그렇지. 그런 모습 속에서 미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법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미국의 관련 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목요일 오후 4시인데도 많은 사람이 퇴근을 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심지어 담당자가 금요일 휴가이기 때문에 월요일에 다시 방문하라는 답에 나는 바쁜 일정 속에서 애를 태웠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다고 느꼈겠지만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24시간 고객 서비스가 제공되는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두 나라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미국인의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배경인 탓이 크다. 미국인의 삶의 1, 2위는 가족이나 취미생활이 차지하고 직장 일은 우선순위의 여섯 번째쯤 된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래서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보고 경제 살리라고 하면 되겠는가.

올해로 나의 한국 생활은 22년째가 된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지난 세월 동안 한국인과 고락을 함께하며 이 나라의 경제 발전과 성장에 동참할 수 있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그런 기회를 갖게 된 데 감사한다. 이런 생각, 경험이 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리라. 하지만 그런 세대의 입장에서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며 드는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의 세대차가 너무 커지면서 앞선 세대의 근면 성실함과 희생정신을 요즘 세대들이 따르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생각은 달라져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 이 나라가 이토록 발전한 이유, 그 뿌리와 초심을 잊지 말고 부단히 노력해 세계의 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

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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