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이기영]‘생태명문’ 거산초등교 배우자

입력 2005-10-31 03:04수정 2009-10-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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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된장 청국장 냄새가 나긴 하지만 시원하고 구수한 맛 우리 몸엔 보약이지요∼. 치킨 피자 햄버거 기름지고 입에 달지만 비만 당뇨 고혈압으로 우리 몸을 망가뜨려요∼.’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섞여 싱그러운 햇살이 가을 교정에 흩어진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충남 아산시의 시골 학교인 거산초등학교를 방문해 기타를 치며 환경노래를 부르는 ‘노래하는 환경교실’을 운영해 온 지 4년째. 교정에 들어서면 아이들이 벌써 내 차를 알아보고 달려와 차에서 내리는 나의 양팔에 매달린다.

이 학교는 여느 시골 학교처럼 학생 수 감소로 한때 폐교의 위기에 몰렸으나 주민과 인근 도시의 학부모, 교사들이 힘을 모아 행복한 배움터로 되살린 곳이다. 학생이 줄어들면서 1992년에 분교로 격하됐고 2001년에는 전교생이 34명으로 줄어들자 폐교 대상에 올랐다.

마을의 미래를 걱정한 주민들이 폐교 반대 운동에 나섰고 독서지도모임에서 만난 6명의 교사가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좋은 교육의 꿈을 이뤄 보자”며 이 학교로 전근을 자청했다. 2002년 3월 ‘공교육 희망 만들기’를 시작한 거산분교는 3년 뒤에, 또 분교가 된 지 만 13년 만에 다시 ‘거산초등학교’라는 원래의 학교 간판을 되찾았다.

이 학교는 여느 학교와는 달리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냉이 캐서 된장국 끓여 먹기, 쑥 뜯어 쑥떡 만들기, 직접 키운 고구마 구워 먹기, 알밤 줍기, 전통놀이 배우기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자연체험 활동을 한다. 중요한 학교 행사는 학부모 대표-교사회의에서 결정되며 연간 교육 계획에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또한 학부모가 수업시간에 보조교사 역할을 하거나 학습 부진아를 지도하는 등 교육 활동의 한 축을 맡는다. 전문가그룹도 이 학교를 돕는다. 수의사, 양봉 전문가, 식물 전문가, 환경 교육자 등으로 이뤄진 자문단은 매주 돌아가며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소문이 나자 아산과 충남 천안시 등 도시지역의 많은 학부모가 장거리 통학도 마다하지 않고 자녀들을 거산분교로 전학 보냈다. 이제 거산초교는 자녀를 보내려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학부모들을 잘 설득해 돌려보내야 할 정도가 됐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안팎의 적정 인원을 유지하려는 ‘고집’ 때문에 더는 학생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긴 학생 수를 더 늘리는 것보다는 다른 농촌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을 제2의 거산초교로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1998년 교육부가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는 학교들을 통폐합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전국적으로 3000여 개에 이르는 농촌지역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직접 나서 희망적 사례인 거산분교를 벤치마킹해 학생 감소로 위기에 처한 시골 분교들을 ‘생태 명문교’로 변신시키는 것이 어떨까. 주변 도시로 전학 가던 학생들이 돌아오고 오히려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할 정도가 되면 죽어 가는 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기영 호서대 교수·식품생물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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