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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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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들과 항상 대화하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열린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며칠 전 벽지 사업 부문의 대리점에서 근무하다가 출산일이 다가와 퇴직해야 할 처지인 한 여직원의 편지를 받았다. 형부가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일해온 이 여직원은 매사를 자기 일처럼 성심성의껏 처리하는 젊은 영업사원을 사장이 직접 칭찬해달라고 부탁했다.
7월 중순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이 사원은 오전 4시에 대리점에 나와 가슴높이까지 가득 찬 창고의 물을 빼고 관공서에 긴급히 연락하는 등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취해 피해를 줄였다고 한다. 편지를 쓴 여직원은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젖은 벽지를 빼내는 영업사원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상이라도 주고 사보에도 소개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참으로 흐뭇한 이 편지 속에 열린 경영을 구성하는 요건이 담겨 있다. 이 영업사원처럼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필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편지를 보내온 여직원처럼 동료가 잘하는 일이 있으면 열성적으로 격려하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열린 경영의 취지는 회사의 모든 경영 정보를 사원들이 자유롭게 접하도록 해 스스로 회사 경영의 주체라고 인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경영정보의 공개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열린 경영의 참뜻은 경영진과 사원이 ‘마음의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의 전 부문에 걸쳐 변화와 혁신에 도전하는 것이다.
열린 경영이 성공하려면 위로부터의 솔선수범이 전제돼야 한다. 열린 경영의 화두는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함께 합시다’이다. 그만큼 경영진의 헌신과 겸손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밑으로부터의 참여이다. 참여는 능동적인 것이어야 하며 회사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대처 방안을 생각하는 용기와 창의, 전문성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는 어우러짐이다. 열린 경영은 박수처럼 서로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 서로의 열정과 활력이 조화를 이뤄 큰 힘이 생기면 이 힘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열린 경영은 참여 경영, 투명 경영, 신뢰 경영을 통해 완성된다. 직원들의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 뛰어난 경영자 혼자서 회사의 모든 일을 결정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구성원 각자가 경영자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사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열린 경영이 고유한 기업문화로 자리잡으면 기업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최고 경영자는 경영만 하고, 사원은 시키는 대로 일하면 된다는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신바람나는 조직문화가 가능해지고 기업의 번영이 보장될 것이다.
노 기 호(LG화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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