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열광하는 소비자 감성 입힌 브랜드 키워야[광화문에서/신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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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이달 2일(현지 시간) 태국 방콕 센트럴월드에서는 국내 중소기업 공동 브랜드인 ‘브랜드K’ 론칭 행사가 열렸다. 45분간 진행된 론칭쇼에서 브랜드K 홍보대사인 축구선수 박지성은 제품 사용법을 시연하고, 유명 가수 에일리와 산들은 K팝을 선보였다. 브랜드K는 우수한 제품을 갖고 있지만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가 부족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만든 브랜드다.

브랜드K는 스위스 시계 등에 주로 사용되는 ‘스위스 메이드 라벨(Swiss Made Label)’을 벤치마킹했다. 스위스 메이드 라벨은 스위스산임을 보증하기 위한 국가 브랜드다. 스위스 메이드 라벨이 붙은 시계와 유제품 등은 다른 국가의 같은 제품들보다 최고 20%가량의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K 제품은 한국산 생활명품을 대상으로 시장 규모, 성장 잠재력 등을 감안해 39개가 선정됐다. 미니 건조기, 물걸레 로봇청소기, 비접촉식 체온계, 스마트 구명조끼 등 기술력과 혁신성을 앞세운 것들이 많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 중소기업 제품인 ‘브랜드K’는 믿을 만하고, 멋지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며 “대한민국이 보장한 제품들로, 세계인들이 사랑할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의 추격, 기술 평준화 추세 속에서 자국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대표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는 국가들이 많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6위), 현대차(36위), 기아차(71위) 3개뿐이었다. 한국의 지난해 전체 기업 브랜드 가치는 804억 달러(약 96조 원)로 2017년보다 5.6% 늘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혁신을 앞세운 유니콘들이 질주 중인 중국에서는 신생 브랜드의 파워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일본은 100위 내에 닌텐도와 스바루가 새로 진입해 전체 브랜드 가치가 1242억 달러(약 148조 원)로 급등했다.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가 정체 중인 상황에서 선을 보인 브랜드K는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간다. 브랜드K가 과거 무수히 생겼다 조용히 사라진 공동 브랜드가 안 되려면 브랜드에 감성적인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극적인 스토리와 한류로 대변되는 막강한 문화 콘텐츠도 갖고 있다. 아이디어닥터 이장우 박사는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브랜드K만의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동 브랜드가 정착하려면 빨리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는 긴 안목에서 브랜드를 키우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강국이다. 화장품은 물론이고 명품 가방과 의류 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는 글로벌 톱 수준의 제품력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남의 브랜드를 빛나게 했던 한국의 기술력을 이제는 우리만의 감성을 담은 더 많은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선보여야 할 때다.

첫발을 내디딘 ‘브랜드K’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작은 거인들을 세계로 뻗게 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브랜드k#스위스 메이드 라벨#메이드 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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