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재원 마련 위해서라도 정부 혁신해야[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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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에서 일자리와 복지 지출 급증
타당성 없는 공항-도로-경기장 건설도
국민 세금 수천억∼수조 원 투입… 낭비 방치하는 공직사회 개혁해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한동안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가 세계적 흐름이었는데 최근 양극화가 심화되고 금융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큰 정부 주장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 지출이 확대되면서 일자리 예산과 복지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 현금성 복지 지출이 크게 증가하여 2020년 예산의 35%가 복지 예산이다. 최근 3년 동안 연속하여 정부 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의 2배를 초과하고 있다.

위에서 예시한 대로 정부 기능이 확대되는데 과연 정부가 민간이나 시장보다 더 효율적인가.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비효율이 더 크다. 정부는 ‘주인정신’이 없다. 열심히 일한 데 대한 인센티브도 없고 잘못에 대한 처벌도 별로 없다. 도산이나 해고 염려도 없다. 정부 부문에 비효율이 많은데도 문제만 발생하면 국민은 정부가 나서기를 바란다. 정부가 더 도덕적이고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은 비용은 생각 않고 편익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립 유치원보다 국공립 유치원이 서비스가 좋다고 한다. 국공립 유치원에 시설비, 인건비 등 막대한 예산 지원이 있는 점은 생각 않고 정부가 잘한다고 하는 격이다. 정부 비효율 사례를 예시해 본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하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급격한 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자 정부가 3조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민간기업의 임금을 언제까지 지원할 것인가. 초중고교 교육비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지원한다. 매년 내국세의 20%를 지원한다. 학생 수는 저출산으로 감소하는데 교부금은 매년 늘어난다. 2014년 633만 명이던 학생 수가 2018년에는 563만 명으로 줄었는데 교부금은 39조 원에서 52조 원으로 늘었다. 학생 수보다 교직원 수가 많은 학교도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수천만 원이다. 그럼에도 교부금이 넉넉하니 학교 통폐합은 지지부진하고 교원은 계속 증원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지방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26개 지자체 중 인구 3만 명 이하의 군이 16곳이다. 대도시의 동(洞)밖에 안 되는 군에 공무원 수가 500명이 넘고 대부분 예산이 3000억 원을 상회한다. 이런 미니 군에 경찰서도 있고 종합운동장, 문예회관 등 각종 시설도 완비돼 있다. 각종 시설이 대부분 유휴화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자체 세입으로 군 직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한다.

쌀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과잉 생산은 지속돼 막대한 양의 쌀이 창고에 쌓여 있다. 해마다 비싼 가격으로 쌀을 수매하여 몇 년간 묵힌 후 구매한 가격의 몇 분의 1 가격으로 싸게 판다. 쌀 보관 비용만 매년 4000억∼5000억 원이 든다. 농가에는 쌀 직불제로 1조 원 이상 보조금도 준다.

매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예산이 수조 원씩 투입된다. 지역균형개발 명분으로 경제성 없는 사업에 많은 돈이 낭비되고 있다. 울진공항은 완공 후 수익성이 없어 민간 항공기 운항이 전혀 없다. 경제성 없는 사업이 정치적 압력으로 선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현 정부는 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예비타당성 제도에서 탈락한 수많은 사업이 2020년 예산에 포함돼 있다.

공기업의 비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공기업 평가 시 수익성보다 고용 증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사회적 기여도 비중을 높임에 따라 공기업들이 경영 혁신에는 관심이 없다. 탈원전으로 적자가 난 한전이 수천억 원을 들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한전공대를 설립한다. 공공기관 이익이 최근 2년간 15조 원에서 1조 원으로 급감하였다.

낭비 사례에 대해 주무부서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혁이 자기들 조직 이익을 해치게 되니 스스로 개혁을 안 한다. 사명감을 가진 공직자가 개혁하려 해도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맞이하여 복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증세에 앞서 비효율적 지출을 제거하는 정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정부 개혁으로 예산의 10% 낭비 요인만 절약해도 매년 50조 원의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혁의 구심점이 될 컨트롤타워도 설치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기획예산처에 정부개혁실을 설치하여 정부 개혁을 총괄토록 하였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일자리 정책#복지 지출#사회간접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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