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소영]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인공지능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AI로 공무원 대체 움직임에도… 단순 업무 외에는 여전히 한계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공무원은
일처리의 이유 해명할 수 있고 중요 사안까지 판단하는 ‘AI공무원’

김소영 객원논설위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김소영 객원논설위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작년 어느 매체에서 조사하니 누리꾼들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면 좋겠다는 직업 1위로 공무원이 꼽혔다. 단적으로 ‘창구에서 일하는 공무원, 인공지능이 다 갈아치웠으면’ 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인사혁신처에서는 2045년까지 민원 담당 공무원의 75%, 전문 직무 담당 공무원의 50%를 인공지능 서비스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민원 업무에서는 몇 사람의 몫을 해내는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강남구의 불법주차 민원처리 인공지능 상담서비스 강남봇이다. 강남구는 주정차 민원 전화만 연간 50만 건에다 단속 건수도 전국 최고인 48만 건으로, 강남봇은 불법주차 민원인과 대화하며 단속기준 설명이나 이의신청 접수 등 사람이 하면 한 달 걸릴 일을 이틀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단속 업무다 보니 민원인들의 욕설도 많고 쉽게 지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은 수백 명을 24시간 상담해도 끄떡없고 상담할수록 학습이 되어 점점 똑똑해진다. 그 외에도 대구시는 여권 관련 업무(뚜봇), 경기도는 지방세 납부 상담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작년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연방정부 업무에 인공지능 도입 시 적극적 활용 여부에 따라 5∼7년 사이 적게는 연방정부 공무원 전체 합산 업무시간의 13%, 많게는 28%를 절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공지능 공무원 급여로 환산하면 각각 22조 원, 41조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사람들의 희망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진짜 인공지능 공무원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올 초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국회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약 1억7000만 원을 들여 인공지능을 활용해 답변 초안을 작성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국회 의사록 5년 치를 입력해 가상의 질문을 던지면 과거 유사한 질문을 찾고 당시 답변한 내용을 바탕으로 초안을 쓰는 것이다. 이 정도면 굳이 인공지능을 쓰지 않아도 데이터 분석만 잘해서 입력과 출력을 연결하면 금방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도 부처 공무원들이 시범 사용해본 결과 거의 절반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관료조직 특유의 애매모호한 발언 때문이었다. 의사록을 보면 ‘원활히 대처하겠다, 성실히 임하겠다, 잘 검토하겠다, 앞으로 노력하겠다’ 등 입력이 다르면 출력도 달라야 하는데 무슨 질문이 나와도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니 이 정도면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별수 없겠다.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 효과를 연구하는 지인이 세종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가 이제부터 자질구레한 일은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공무원들은 중요한 결정에 집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자기들은 자질구레한 일을 할 테니 인공지능은 중요한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정작 우리가 원하는 미래 공무원은 자질구레한 일을 번개처럼 해치우는 ‘공무원 인공지능’을 넘어 공인으로서 중요한 사안에 명확히 대답하고 판단, 결정하는 ‘인공지능 공무원’일 것이다.

재작년 알파고 대국으로 모두 인공지능의 위력에 감탄을 거듭하던 때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곧바로 8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비슷한 정부 연구과제들이 진행 중인데,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이란 분석이나 판단 결과만 내놓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즉 블랙박스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유리박스로 만들어 인공지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법률 의료 금융 등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분야에서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엄청난 효율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자동화된 판단에 사람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이런 분야에서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인공지능 공무원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공무를 일사천리로 해결하는 효율성이 아니라, 일처리가 왜 그런지 해명할 수 있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태지만(즉, 어떤 결정을 해도 어느 한쪽에서는 욕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내려야 할 판단은 내리는 책임성을 지닌 공무원일 터다.
 
김소영 객원논설위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인공지능#ai#공무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