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현]北문제 공동성명 후속조치를 주시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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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중앙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김태현 중앙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원래 6월로 예정됐다가 메르스 사태로 연기된 것이다. 사실 당시만 해도 방위비 분담, 원자력협정 개정 등 주요 현안이 모두 해결된 상태라서 뚜렷한 논점이 없었다. 그래서 유사 이래 가장 공고한 상태라는 동맹관계를 어떻게 대내외에 과시하는지 정도가 외교 당국자의 고민이었다.

그런데 지난 넉 달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고도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됐다가 8·25합의로 극적 반전이 있었다. 또 9월 초 중국의 전승기념일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도 있었다. 새로운 전개에 따른 전략적 대화가 필요해졌다. 한반도와 동북아 차원에서 양국의 입장과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있었다.

첫째는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의 문제다. 일부에서 미중 사이의 경쟁과 잠재적 갈등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미중 사이의 갈등을 예단한 점에서 섣부르고 한국의 피동적 위치를 전제한 점에서 패배주의적인 발상이다. 한중관계의 밀도와 북한문제를 감안할 때 중국은 우리에게 불가결한 파트너다. 그 파트너십을 다지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확인한 바와 같이 세계적, 지역적, 한반도 차원에서 한미 양국의 공동이익이다.

그 이유는 한미동맹이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동맹을 넘어 비군사적 분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미동맹이 복합적인 국제안보체계의 한 제도로 자리 잡게 되면 그것은 국제 공공재의 일부가 되고 그 수혜자의 하나인 중국의 이익과 충돌할 여지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북한의 문제다. 올해 상반기까지 한반도 정세는 마치 무풍지대에 갇힌 돛단배처럼 아무런 추동력이 없었다. 2008년 이래 중단된 6자회담을 재개할 동력도 없었고 드레스덴 선언과 같은 대북 제의에 북한이 반발하는 이상 남북관계도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이지만 8월의 위기가 변화를 위한 모종의 추동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표류란 곧 후퇴다. 미얀마 쿠바 이란 등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때 머물러 있는 북한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만일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도발로 추가 제재를 당하면 아예 뒷걸음질치는 격이 된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 연설에서 ‘인민’을 97차례 외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무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국 때문만이 아니다. ‘인민’을 위해 핵문제를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북이 최근 미북 평화협정을 새삼스레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이제 그 한계효용이 거의 없고 한계비용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추가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해서 북한의 지위가 향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또 한미 양국의 군사력 증강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안보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양자적, 다자적 경제제재로 인민에게 약속한 북한의 경제 건설이 더욱 요원해질 뿐이다.

‘폭정의 전초기지’ 중 세 나라를 껴안은 오바마 행정부는 그 관여정책의 화룡점정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 그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국과 대화하는 것은 북한에도 이익이다. 그 접점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는 여전히 가시권에 있다. ‘북한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의 후속조치를 기대해 본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북한문제#공동성명#후속조치#박근혜#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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