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평섭]中 경제둔화, 한국 장기대응하라는 경고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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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여러 번 세계를 웃고 울게 했다. 첫 번째는 7월 중순 상반기 경제실적을 발표하던 날이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상반기에 7% 성장했다고 발표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안정돼 가고 있고,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緩中趨穩, 穩中向好)”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발표에 놀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률을 부풀렸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어 중국 증시가 요동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6월 12일에는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 선을 넘어서면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부상하더니 8월 25일에는 3,000 선이 깨지면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중국 증시는 실물경제의 거울이 아니라 개인투자자가 거래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불안정한 투기시장임이 증명된 것이다.

또 8월 11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이날부터 3일간에 걸쳐 4.65%를 평가절하했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가 커다란 하방 압력에 처해 있다는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고, 단 한 번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절하가 3일간에 걸쳐 이루어짐으로써 중국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성마저 추락했다.

끝으로 8월 26일 올해 들어 네 번째 금리 인하와 세 번째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기자금의 해외 유출을 촉발시키고, 단기자금 해외 유출로 7, 8월 두 달 동안 시장의 유동성이 1조 위안(약 200조 원)가량 줄어들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수혈해야 했다. 예상된 것이기는 했지만 이례적으로 주말이 아닌 주중에 조치를 취한 것은 중국 경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한다는 시장의 반응이었다.

하반기에 중국 경제가 빠르게 호전될 가능성도, 폭락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소비는 안정돼 있지만 산업생산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고 수출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상반기에 중국 경제 성장의 큰 역할을 했던 금융(특히 증시) 부문의 성장 기여도도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7%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반기에 추진된 다양한 경기부양 조치들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하방 압력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아직까지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정책수단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1%로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공개시장 조작과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3조65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으로 단기자금 유출에도 대응할 여력이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는 분명히 위기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수출 증가율 둔화는 우리의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둔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보다도 더 우려되는 것은 10년 후 중국의 모습에 우리가 적응하지 못할 때 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점이다. 인구보너스의 소멸, 지방정부와 기업 채무의 디레버리징 압력, 제조업과 부동산의 공급 과잉 등이 중국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대일로 전략, 신형도시화, 중국 제조 2025 전략, 인터넷 플러스 액션플랜 등이 중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단기적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국 경제를 바라보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제품을 10년 후에도 중국 시장에 팔 수 있을까? 10년 후에 우리는 중국 시장에 무엇을 팔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해 볼 때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
#중국#경제둔화#한국#장기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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