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우주]메르스, 이겨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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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대한감염학회 회장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대한감염학회 회장
메르스가 지난달 11일 국내에 상륙한 지 4주 만에 64명의 환자와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초기 방역 실패에 이어 정보 공개가 되지 않아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이 일고 각종 괴담이 양산되면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거쳐 간 24개 의료기관을 공개하면서 접촉자를 적극 찾으려 하고 있다. 접촉자 중 추가 환자를 조기에 찾아 격리함으로써 연쇄 유행을 차단해 종식시키고자 하고 있다.

메르스는 3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환자가 나온 후 현재까지 1100여 명의 환자가 대부분 중동에서 보고됐다. 메르스는 신종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보니 아직 불명확한 사실들로 방역에 어려움은 있지만 알려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우선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비말을 통한 호흡기 전파, 그리고 직간접 접촉을 통한 전파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공기 전파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메르스는 폐렴이 주요 임상소견이므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 가래 등에 포함돼 있는 바이러스가 주변 2m 이내에 있는 사람에게 전파된다. 만약 공기 전파가 감염 경로라면 현재 환자 수보다 훨씬 많은, 적어도 수백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어야 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은 손 씻기, 기침예절 지키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메르스의 감염 전파력은 2003년 사스 또는 2009년 신종플루에 비해 낮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가 중동 이외 국가들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 수보다 많기 때문에 전파력이 빠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가 단기간에 집단적으로 발생한 것은 1번, 14번, 16번 등 몇몇 환자가 ‘슈퍼 전파자’로 다수의 2차 감염자를 낳은 것이 주요 이유이다. 1번 환자로부터 적어도 28명이 직접 감염된 것이 대표적이다.

당국 발표와 같이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동 바이러스와 같기 때문에 변이에 의한 전파력 증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국내에서는 메르스 폐렴환자가 기침으로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내뿜는 상태에서 병원 내 열악한 환경, 부실한 감염관리 실태, 통제되지 않는 병문안 문화 등과 겹치며 몇몇 사례에서 다수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슈퍼 전파자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 다른 주요 관심사의 하나는 메르스가 과연 지역사회에서 유행할 것인가이다. 현재까지 발생한 모든 환자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감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사우디에서도 메르스는 주로 의료기관 내에서 집단 유행하면서 의료진이 다수 감염됐고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사람 간 전파는 없었다. 또 환자의 접촉자 중에서 추적망에서 벗어난 사례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 슈퍼 전파자로서 다수의 2차 감염자들을 초래했다. 아직 입증된 지역사회 감염자가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고 접촉자들을 빈틈없이 추적해 방역망을 벗어난 환자를 찾아 격리한다면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메르스 유행이 계속되면서 이미 보건의료의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기로 하고 정부 의료계 및 국민 모두가 협력해 메르스 근절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 보건당국은 초기 실패를 거울 삼아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보건의료계는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한 환자를 조기에 찾아 격리치료하며 접촉자 추적을 통해 연쇄적인 2차 감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국민은 개인위생을 생활화하며 당분간 불필요한 병문안을 삼가고 멀리 있는 병원보다 가까운 의료기관을 이용해 메르스 감염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대한감염학회 회장
#메르스#괴담#격리#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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