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일]의료사고 의심땐 의료중재원 찾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장영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전 서울대치과병원장
장영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전 서울대치과병원장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바빠졌다. 유사 수술 사례나 천공발생 사례에 대한 언론 문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의료사고 논란이 커지는 것을 보며 국민 대다수가 의료중재원을 잘 모르는 듯해 안타깝고 답답하다. 의료중재원 설립과 관련된 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23년 만에 통과되었고 올해 설립 3년 차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실제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과실 유무와 정도, 부작용 및 후유증의 범위 등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지만 의료과실 입증 책임이 환자에게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잘잘못을 따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거나 소송을 한다 해도 과실 감정이 또 다른 의사에게 맡겨지기 때문에 불신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의료과실 입증 책임이 의사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환자 측과 의사 측의 공방이 수십 년째 이어지는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들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이것은 비로소 의료중재원의 ‘의료사고감정단’이 만들어지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다고 본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의료중재원의 존재를 잘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의료사고를 겪게 되면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혼란에 빠진다. 급기야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1심에만 2년이 넘는 기간이 걸리고 비용도 최소 500만 원 이상이 드니 이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 일단 의료중재원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무료상담을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 분쟁상담 10년 이상의 경력자들로부터 본인이나 가족이 겪은 사고 내용 전반에 대해 상세한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상담 이후 분명한 의료사고로 판단될 경우 사건을 접수시켜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물론 의사도 환자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여겨질 경우 의료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를 접수하면 ‘감정’을 한다. 1개 감정부가 1개의 사건을 다루는데, 의료인 및 비의료인 감정위원 5명이 참여한다. 의사만이 감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까지 참여해 객관적 중립적 입장에서 판단하고 소비자 대표가 환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파악하고 의견을 개진한다. 이후 나온 감정서를 토대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양측의 합의를 이끄는 ‘조정’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공정하고 전문적인 감정으로 인해 의료중재원에서 진행한 접수 사건의 조정률이 90%를 넘고 있다. 사건이 진행되면 10건 중 9건이 환자와 의사 양측의 이해에 따른 자발적 의사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최근 40대 여성이 허벅지 지방을 얼굴에 주입하는 수술을 받다 지방색전증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자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의료중재원은 의사가 주의 의무와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손해배상액은 환자가 신청한 1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판단했으며 결국 양측이 1억 원에 합의했다.

의료중재원의 조정 절차는 건당 90일 이내여서 의료소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간이 짧다. 수수료도 2만2000원에 불과하다.

필자는 40년 가까이 임상의사로 일하다 의료중재원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동료 위원들 역시 의료분쟁으로 발생하는 사회 갈등 해결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료사고 한건 한건을 다루고 있다. 의료중재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1차적 책임은 기관 홍보를 못한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기회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영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전 서울대치과병원장
#의료사고#의료중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