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철수]새 총리 후보자에게 바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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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헌법학자·명지대 석좌교수
김철수 헌법학자·명지대 석좌교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 총리 후보로 지명되어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강골 검사로 알려진 안 후보자의 지명은 그동안 적폐로 인한 기강문란, 국기문란을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는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난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국기를 바로잡고 국가를 개조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기에 하루빨리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여 그 포부를 실현해 주기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 직업공무원제는 위기에 빠져 있다. 일부는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으며, 전체 국민의 종복으로서가 아니라 정파적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정치단체나 노동조합에 가입해 인사나 국가정책에까지 관여하려고 하고 있다. 헌법이 요구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헌법 충성의 의무조차 저버리고 있는 공무원 사회는 혁파되어야 한다. 새 총리는 공무원의 인사·조직까지 관장하게 되어 있으므로 공무원을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에게 사명감을 고취해 주며 신상필벌로 공정한 인사를 통해 ‘철밥통’의 오명을 벗게 해야 한다. 또 퇴직 후의 관(官)피아 유착관계를 끊어 공정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부정부패 청소에는 능할 것으로 기대되나 정치인으로서 국민통합, 국가미래창조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안전에 만전을 기할 뿐만 아니라 국민이 행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정신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법조인은 과거 일어난 불법이나 분쟁의 뒤치다꺼리를 해왔는데 정치인은 미래를 계획하며 분쟁의 사전예방, 갈등의 정치적 법적 조정을 해야 하며, 국가를 보위하고 헌법과 법을 실천해야 한다. 인사혁신이나 부패 척결의 대강을 정하고 집행은 각료인 혁신처장이나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하며 그것이 옳게 집행되고 있는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할 것이다.

국무총리는 옛날 재상처럼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들 한다. 대통령의 지시만 받아 집행하는 행정인이 아니므로 새 정책을 공동수립하고 대통령, 국무위원과 함께 과감히 집행하여야 한다. 책임총리는 권한 행사의 독자성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 행정 잡무에 얽매이지 않고 대국적으로 국가개조와 국민통합, 국가안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의 기획 및 집행을 맡아 책임행정을 해야 한다. 국가원수의 집행의 짐을 덜어주어야 하고, 국가원수에 대한 책임 추궁을 막아주어야 한다.

새 총리는 국가적 대업인 정치개혁, 행정개혁, 사법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하여 정당개혁, 선거개혁, 국회개혁을 해야 한다.

또 국회의원들은 청문회나 국정감사, 국정조사 시에 막말을 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해 명예훼손 행위를 일삼아 공무원 사기를 떨어뜨리고, 직업공무원을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 행정공무원이 규제의 칼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괴롭히는 적폐는 근절해야 한다. 사법부조차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현해야 하는 봉사자의 지위를 망각하고 재판해 주는 원님처럼 군림하는 일은 없애야 한다.

이런 일을 일거에 다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나 총리는 욕 얻어먹을 각오로 청소작업을 소신껏 해야 한다. 공과 평가는 후세에 맡겨야 한다. 총리의 국가개조는 국민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국민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국민의 헌법수호, 법률준수의 의무를 다하게 하고, 법치가 무너지면 국민에게 해악이 된다는 것을 계몽하여야 한다. 또 시민·단체와 함께 조국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국민의식개조운동도 전개하여야 한다. 총리 장수와 성공 여부는 국민의 지지 여하에 달려 있으며 좋은 일에는 국민이 지지할 것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김철수 헌법학자·명지대 석좌교수
#안대희#총리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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