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동혁]부품소재, 엔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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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장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장
2001년부터 작년까지 무역흑자 36배 증가, 지난해 수출 2600억 달러. 이는 우리 산업 전체가 아닌 ‘부품소재’ 수출 실적이다. 우리는 부품소재의 1000억 달러 흑자 덕분에 완제품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만회할 수 있었다. 총 수출의 절반에 달하는 47%가 부품소재일 정도다. 자동차 선박 가전제품 같은 완제품이 수출을 이끈다는 생각은 이제 편견이 되었다.

이런 흐름은 이제 우리 산업구조가 부품소재 중심으로 이동 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가격을 앞세운 양적 성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질적 성장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부품소재의 2001년 무역흑자는 27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렇게 크게 성장하게 된 데에는 일본과 중국 덕도 크다. 대일 무역적자를 극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해외 조립 거점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면서 부품소재 산업이 대약진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보기술(IT) 제조업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성장속도를 한 단계 높였다. TV, 휴대전화의 완제품 안에 쓰는 메모리, 디스플레이, 2차전지, 회로기판 등의 부품산업을 함께 성장시켰다. 자동차, 조선, 기계의 기술 향상은 소재인 철강, 화학 경쟁력도 높였다. 많은 영역에서 국산화와 신제품 개발이 진전된 점은 고무적이다.

스마트폰이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기도 했다. 시장 변화를 충족시켜 주는 방아쇠는 부품소재이며 첨단이나 전통 분야를 막론하고 혁신 아이콘이 되려면 융합형 부품소재가 필수다. 부품소재에 지금이 새로운 기회인 까닭이다. 최근 수출 통계 그래프는 부품산업의 힘을 확인시켜 줘 반갑다. 첨단산업이면서 해외 생산이 활발한 자동차, 스마트폰, TV 등에서 부품 수출 비중이 상승세를 타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균형 있는 국내외 생산을 지향한다면 수출은 물론이고 산업경쟁력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일본 기업은 아이폰 부품 수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작 부러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준비성이다. 탄소섬유는 일본이 1961년 발명 후 1971년 양산했으나 수익이 없었지만 신세계가 열린 지금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우리가 이제야 인식하는 3차원(3D) 프린터는 일본이 현재보다 속도가 10배 빠른 차세대용 개발에 착수했고 5년 후에는 100배속 개발도 구상 중이다. 10년 후 포스트 리튬이온 배터리로 개발한 유기 2차전지도 일본답다.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높일수록 글로벌 대격전에서 대기업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대기업 앞바퀴가 방향 감각을 잡아 이끌고 중소·벤처기업 뒷바퀴가 힘껏 밀어준다면 세계시장에서 한국 산업 자전거의 안정감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물론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의 엔화 약세 기조가 우리 산업을 다시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갖춘 일본의 부품소재가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까지 높인다면 우리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심한 자동차, 기계, 철강, 전자 등에서의 하이테크 부품소재일수록 수출이 둔화되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제품 차별화, 융합형 부품소재 개발력 강화, 전략 분야에서의 해외 마케팅 지원 등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환율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선제적인 체질 강화만이 답이다. 우리가 그동안 놓친 것은 ‘부품소재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제조업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부품소재는 이제 첨단영역에서도 더 많은 스위트 스폿(고객과 제품이 같이 만족하는 접점)이 필요하며 신성장 동력도 키워야 할 몫이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장
#수출#산업구조#부품소재#엔화#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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