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주영]적폐청산 다걸기에… 檢형사부 강화 ‘공염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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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사회부
전주영·사회부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형사부를 강화한다며 전국의 특별수사 및 공안사건 담당부서와 검사 수를 크게 줄였다. 하지만 문 총장의 노력은 아직 빛을 못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국가정보원 수사팀을 40여 명 규모로 확대하면서 자체 인력으로는 감당을 못 해 전국에서 20여 명의 검사를 파견받았기 때문이다.

일선 검찰청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떠난 검사들이 남기고 간 사건을 남은 검사들이 나눠 맡는 건 기본이다. 국정원 수사에 차출된 검사 대부분이 평소 후배 검사 지도 등 궂은일을 해온 고참들인 까닭에 각 검찰청은 말도 못하고 속을 끓이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검찰청에서 차출해 온 검사들에 대해 “어차피 내년 평검사 정기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으로 발령 날 검사들을 몇 달 일찍 데려온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어차피 올 사람, 조금 일찍 데려다 쓰는 것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논리다. 서울중앙지검의 설명대로 국정원 사건에 투입된 검사들은 각 소속 검찰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한 인력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서울중앙지검의 설명이 전국 검찰청 형사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근무는 일선 평검사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수사하며 문자 그대로 입신양명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선 형사부 평검사 사이에서는 내년 초 정기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예년 같으면 서울중앙지검 근무는 법무부나 대검찰청 기획부서에서 근무한 잘나가는 검사들이나 특수부, 공안부에서 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문 총장이 형사부 강화를 공언한 만큼 올해는 민생사건 전담인 형사부 검사들에게도 이전보다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할 검사’라며 동료가 차출됐으니 남은 검사들이 열패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인사가 나기도 전에 이미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할 검사가 정해졌다면 남은 기간 열심히 일을 해봤자 달라질 게 뭐가 있느냐 하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형사부의 이런 분위기가 국민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검찰 간부는 “형사부 검사들을 기죽이는 이런 ‘줄 세우기’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전주영·사회부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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