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대선뒤 政敵에 손내민 ‘막말’ 트럼프… ‘이전투구’ 문재인-안철수도 가능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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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특파원
이승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아주 특별한 손님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막말을 주고받았고 아직 사이가 불편한 정적(政敵)인 같은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초대한 것이다.

트럼프와 이들은 지난해 그야말로 이전투구를 벌였다. 트럼프는 베트남전 포로 출신의 전쟁 영웅인 매케인이 자신을 못마땅해하자 “나는 붙잡히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는 전쟁영웅이 아니다”라고 비아냥댔다. 매케인은 공식 석상에서 기자들이 트럼프 관련 질문만 하면 “말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트럼프와 그레이엄의 악연은 더하다. 트럼프는 경선 도중 “나보고 후원금 더 내라고 징징 거렸던 사람”이라며 그레이엄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버렸다. 수많은 문자폭탄을 받았던 그레이엄은 트럼프가 거론한 휴대전화를 골프채로 박살내는 동영상을 유포해 분노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행보에 워싱턴 정가도 놀라는 눈치다. 물론 트럼프가 취임 100일(29일)을 맞아 기획한 ‘정치쇼’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속내가 뭐든 간에 서로 으르렁거렸던 사람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화해의 손길을 청하는 것 자체가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별 이견은 없다.

트럼프의 이례적인 만찬을 보며 자연스레 우리 대선 국면, 특히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간의 이전투구가 오버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한 이들은 정작 탄핵 이후 한국을 어떻게 이끌지, 6·25전쟁 이후 최대 격변기라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토론은커녕 ‘적폐 논란’에 갑철수, MB아바타 등 운동권식 정체성 논란이나 유치찬란한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두 후보에게 서로 수준 이하의 네거티브를 하기 전에 ‘막말 대왕’이라며 폄훼했던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의 몸부림을 치는지 잠시라도 살펴보길 권한다. 모두 자기만 잘났다며 유권자들에게 최소한의 판단 기준도 제공하지 못하는 이런 수준의 대선을 치러서 설령 집권한들, 북한 김정은을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며 정치적으로도 개안(開眼)해 가는 트럼프를 상대할 수나 있겠는가.

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문재인#안철수#트럼프#그레이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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