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전략 없는 새누리, 오기 부린 정세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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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헛싸움한 정치]
與, 의장 사퇴요구 무리수로 시작… 인신공격으로 상황 더 꼬이게 해
정세균 의장, 본인 책임은 언급도 안해… 더민주는 국회 파행 수수방관

민동용·정치부
민동용·정치부
 이 정도면 가위 헛소동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에서는 즐거움이라도 선사하지만 여의도의 헛소동은 쓰디쓴 뒤끝만 남겼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7일째 단식하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하며 병원으로 실려 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시작한 이 대표의 단식은 허무하게 끝났다. 정 의장 사퇴라는 관철이 불가능한 단식 명분을 내세웠던 이 대표는 결국 “국회의장에게서 사과 등 단식 중단의 명분을 받을 수는 없다”며 ‘무조건’ 중단 선언을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의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형사고발하고, 뒷조사를 통해 ‘황제 출장’이라며 의장의 부인과 딸까지 싸잡아 인신공격을 한 집권 여당의 행태는 두고두고 입길에 오르내릴 만하다.

 집권 여당 지도부가 국감 파행 국면에서 전략적이고 치밀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조차 나온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의 급작스러운 국감 복귀 선언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다. 국감 복귀도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두 번 이 대표를 찾은 뒤에야 이뤄졌다. 여야 중진끼리 물밑에서 합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복귀를 위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 2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의 결정을 추인해 달라는 주문만 있었다.

 정 의장의 처신도 진중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유감 표명 요구에 ‘법대로’만 외쳤다. 그는 자신을 형사고발하고 가족까지 ‘건드린’ 새누리당에 대한 오기로 가득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지난달 30일 여당 대표가 단식 중인데도 자신이 자장면을 먹는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은 보좌진의 실수라고는 해도 상대방에 대한 조롱으로 비치기 쉬웠다. 새누리당이 국감 복귀를 선언한 뒤에도 정 의장은 “국회가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만 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쟁을 유발시킨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 의장으로선 ‘유체 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을 꿈꾸면서도 ‘여당 대 의장의 대결’이라며 관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아쉬웠다.

 20대 국회가 협치(協治)의 모범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이제 환상이 돼버린 것 같다. 여전히 여야는 서로가 꺾어야 할 적(敵)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지난 8일간 보여줬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새누리#국회#이정현#단식#정세균#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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