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기강은 바닥인데… ‘꼬리 자르기’ 급급한 교육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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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정책사회부
최예나·정책사회부
“자기들 얼굴 깎이니까 지방대로 떠넘겨 해결하려 하고…. 국립대가 그러려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부하 여직원을 여러 차례 성희롱한 교육부 A 과장이 1일자로 B대로 전보 조치되자 이 대학 관계자가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인사가 날 때만 해도 B대는 A 과장의 ‘문제’를 알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A 과장을 학생과장으로 발령 냈다. 학생처 소속의 학생과는 복지와 장학 등 학생에 관한 모든 지원 업무를 관할한다.

B대는 A 과장이 교육부에서 저지른 일을 최근에야 알았다. 교육부가 보낸 감사 결과 통보서에는 A 과장이 노래방에서 여직원을 향해 포옹을 시도하고 역시 여직원에게 “못생긴 떡이 맛있다. 너는 못생겨서 맛있겠다”고 한 사실 등이 적혀 있었다. 교육부 시절 저지른 일이지만 현 소속인 B대 총장이 교육부에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이후 교육부 장관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 요구를 하는 순서다.

교육부의 ‘꼬리 자르기’는 습관적이다. “민중은 개돼지다” 발언으로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직위해제가 되기도 전인 12일 긴급 브리핑 자료에서부터 전임자 취급을 했다.

교육부는 일단 사고 친 공직자의 가슴팍에서 ‘교육부’라는 명찰만 떼면 책임을 벗게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국민이 걱정하는 건 교육부 간부 중 누군가 선민의식에 빠져 ‘그들만을 위한’ 제도를 양산해 아이의 미래가 어두워지지 않을지, 성희롱 혐의 간부가 징계랍시고 내 아이를 담당하는 관리자로 내려오는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2008∼2014년 성범죄, 금품 수수, 학생 폭행 등의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1630명이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면 교육부는 입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교육부가 부처와 수장에게 피해가 갈까 봐 두려워 명찰 빨리 떼기에 골몰할 뿐이라서 이런 추문이 계속되는 것 아닌가.

최예나 정책사회부 yena@donga.com
#교육부#기강#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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