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유근형]무책임하게 늘린 복지, 반드시 대가 치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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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정책사회부
유근형·정책사회부
맞춤형 보육 논란을 보며 오버랩 되는 장면 하나. 무상보육 0∼5세 전면 확대가 논란이던 2012년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당시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타했다. 전업주부에겐 반일 보육료를 지원하고, 소득 상위 30%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를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한 것. 엄마 표심을 의식한 여야 합작으로, 소수 의견은 묵살됐고 장관은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면 무상보육 제도는 정치권의 무상복지 경쟁 속에 그렇게 무책임하게 탄생했다.

하지만 무상보육 제도는 너무 급격히 확대되다 보니 정밀한 설계가 부족했다. 어떤 부모에게 얼마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게 효과적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전업주부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데, 정부가 이를 무상 지원하는 게 합리적일까? 정부는 12시간을 기준으로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전업주부 대부분이 오후 3∼4시에 아이를 찾는 현상만 봐도 제도의 엉성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맞춤형 복지는 과열된 포퓰리즘 속에 확대됐던 무상보육 기조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보육료 지원을 보육 수요에 맞게 재조정하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맞춤형 복지로의 전환 자체는 잘한 결정이라는 게 중론이고 국민도 76.2%가 찬성(복지부 2015년 조사)하고 있다.

더구나 가정 해체 증가로 사회 문제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엄마와 자녀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영유아(0∼2세) 시기에 가정 보육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20대 국회 개원 초부터 맞춤형 보육을 정치 쟁점화하는 야당의 행태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연 10조 원 이상의 비용을 쏟아부은 무상보육은 이미 출산율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당시 무상보육에 앞장섰던 야당이 구조적 문제에는 눈감은 채 복지 축소만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기회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그 비용은 훨씬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근형·정책사회부 noel@donga.com
#맞춤형보육#복지#무상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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