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길호]통합 대신 대권경쟁 몰두한 야권의 5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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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호·정치부
차길호·정치부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날 때마다 “대통령”을 연호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양대 축으로 불린다. 반면 ‘손님’으로 찾아온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막말이 쏟아졌다. 친노 인사 중 누구도 한때 같은 배를 탔던 이들에게 손을 내밀거나 일부 흥분한 지지자를 말리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당선자만이 불상사를 막기 위해 국민의당 지도부 곁을 지켰을 뿐이다. 문 전 대표는 참배가 끝난 뒤에야 “‘친노’라는 말로 노 전 대통령을 현실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말만 했다.

이에 앞서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도 별 차이가 없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는 야권 3당 가운데 가장 늦게 도착하고도 ‘개선장군’처럼 정치인 대열 맨 앞줄에 끼어들었다. 호남에서만큼은 마치 이미 ‘대통령’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18일 광주 5·18민주묘역 참배 직후 지지자 500여 명과 함께 한 오찬에서 “새판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한 이 자리에서는 참석자들이 “손학규, 대통령!”을 건배 구호로 외쳤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5월 광주와 봉하마을로 몰려들었다. 지지세력 확대가 1차적인 목적이었겠지만 표면적으론 5·18 정신과 ‘노무현 정신’ 계승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게다가 올해 5·18 기념식의 주제는 ‘5·18 정신으로 국민 화합 꽃피우자’였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의 화두도 ‘국민통합’을 내세웠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잇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추모 공간에서는 여러 갈래로 나뉜 잠재적 야권 대권 주자들의 이름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그 와중에 노래 한 곡 때문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난무했다. ‘분열’의 현장이었다.

차길호 정치부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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