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국민의당/황형준]‘대통령病’ 오해 자초하는 안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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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4·13표심/야당]

황형준·정치부
황형준·정치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17일 호남을 방문해 “(호남은) 국민의당을 정권교체의 도구로 선택하신 것” “정당투표에서 저희는 제1야당이 됐다” “국회 운영을 주도할 것”이라는 등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여러 차례 주장해 온 안 대표는 이날도 “(내년 대선에) 여러 명의 대통령후보가 경쟁하는 판을 만들 것”이라고 대선 얘기를 꺼냈다. 야권 통합 논의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머릿속에 대선밖에 없는 것 아니냐” “승리에 도취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창당 한 달 만인 지난달 1일 반성문을 쓸 당시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당시 안 대표는 “새로운 모습을 약속드렸는데, 새롭지 않다는 비판 앞에 너무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호남의 압도적 지지로 38석을 얻었다.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 담겨 있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총선 다음 날에도 웃지 않았다. 정당투표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했지만 호남 밖에선 자신을 포함해 단 2석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새 분위기가 바뀐 모양새다. 국민의당에선 선거 결과에 대한 낙관적 분석과 주장 일색이다. 안 대표도 대권에 대한 얘기가 잦아졌다. 당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그 말(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은 본인은 내년에 대권에 출마한다는 얘기”라며 “안 대표는 억지를 쓰더라도,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대도 내년에 대권 출마해야겠다는 사람”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존재감 있는 제3당으로 계속 자리를 지킬지에 대해 의심하는 눈길도 여전하다. 김종인 대표가 “그 사람들(국민의당)은 머리가 너무 많다. 대표가 세 사람이다. 박지원, 천정배, 안철수, 그 사람들이 따로따로 얘기를 시작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고 한 건 단지 김 대표 생각만은 아니다. 그런 시각을 불식시키는 건 이제부터 해야 하는 안 대표의 숙제다.

한 달 전 안 대표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호사가들의 안줏거리가 돼도, 언론의 조롱거리가 돼도, 여의도의 아웃사이더가 돼도, 소위 정치 9단의 비웃음거리가 돼도 아내는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한다”고 했다. 대권 운운보다는 자신이 말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초심으로 여야의 적대적 공존관계를 바꾸는 정책 대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때다.

황형준 정치부 constant25@donga.com
#안철수#대통령#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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