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완준]‘탈북 공개원칙’ 스스로 깬 통일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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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정치부
윤완준·정치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한국 입국 사실을 하루 만인 8일 전격적으로 공개했던 통일부가 12일 ‘탈북 사실 공개 원칙’을 내놓았다. 발표 4일 만이다. 정부의 기존 공개 원칙과 어긋난다는 거센 비판을 받은 뒤의 ‘뒤늦은’ 반응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탈북이 발생했을 때 공개 여부는 탈북민의 신변 안전을 우선 고려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가 8일 입국 사실을 발표할 때 거론하지 않았던 대목이다.

북한 체제의 한계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망명이나 탈북까지 정부가 감출 필요는 없다. 망명·탈북자의 전후 사정과 신빙성, 해당 탈북민의 안전이 확인된 뒤 공개하는 것이야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 공개 과정은 의문을 낳았다. 이들의 탈출 배경을 검증하기 위한 정부 합동신문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정부가 이들의 탈출 의미를 규정해 버린 것도 석연치 않다.

이를 두고 한 북한 전문가는 “정부가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출을 대북 제재 효과로 설명하려는 욕심이 컸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통과 이후 한 달이 가까워지자 대외에 홍보할 제재 효과를 찾는 데 열심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뚜렷하게 제재 효과를 설명할 지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나온 정부의 첫 발표는 강력한 제재 속에서 식당 운영에 타격을 받았고 외화 상납 압박에 대한 부담감으로 종업원들이 탈출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뒤이어 정부 스스로 공개한 탈출 이유 증언 7개 중 6개는 ‘해외 생활로 얻은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들은 6∼12개월간 함께 탈북을 상의하던 다른 종업원들이 돌아선 뒤 북한 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했다. 정부 조사가 완료된 뒤엔 이들이 감췄던 새로운 탈출 이유가 드러날 수도 있다.

이번 귀순 발표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해외 근무자들이 동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그럼에도 4·13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신변 안전 우선 고려’라는 기존 공개 원칙까지 깨며 성급하게 제재 효과를 홍보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윤완준 정치부 zeitung@donga.com
#통일부#탈북#공개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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