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태호]‘복지’란 단어 없으면 복지 못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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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교체에만 세금 100억원 들어

황태호·사회부
황태호·사회부
경남 김해시 장유1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기존 면(面) 지역이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3개 동으로 바뀌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새로 걸린 이 주민센터의 현판은 불과 3개월여 만에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됐다. 16일 정부가 읍면사무소와 동 주민센터의 명칭을 ‘행정복지센터’로 바꾸기로 하면서다.

명칭 변경은 올해부터 읍면동 행정기관을 ‘복지허브’로 만들고, 이를 주민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내세운 행정복지센터의 대표적 새 기능은 ‘맞춤형 복지팀’. 기존 주민센터 복지팀이 찾아오는 민원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 행정복지센터의 맞춤형 복지팀은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추가로 발굴하고 개인별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복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수천 개에 이르는 주민센터 이름을 바꿔야 복지를 강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찮다. 전국 읍면사무소와 동 주민센터는 총 3502개. 현판 교체 비용은 한 곳당 약 300만 원. 3502곳을 모두 바꾸려면 어림잡아도 1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60%인 2089개는 2007년 동사무소에서 동 주민센터로 명칭을 바꾼 지 10년이 채 안 됐다. 현판 외에도 각종 서식과 지역의 크고 작은 안내표지까지 감안하면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재원은 당연히 세금이다.

이름보다 중요한 건 운영의 내실화다. 주민센터가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서비스만 제대로 이뤄지면 ‘복지’라는 이름을 앞세우지 않아도 국민들은 자연스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명칭만 바꾸고 질적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상반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행정자치부의 전신인 행정안전부는 2013년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4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재난이 발생했는지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황태호·사회부 taeho@donga.com
#복지#세금#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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