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몸 사리는 문재인… ‘내 맘대로’ 김종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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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공천’ 여야 4인]
더민주 반쪽 그친 패권청산
金에 칼 쥐여준 文, 黨내홍엔 침묵으로 일관

《 유권자와 후보는 오간 데 없고 당내 계파 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만 난무하고 있다. 여당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드리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정했지만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공천관리위원장은 대통령과 특정 계파의 ‘그늘’ 아래서 원칙도 기준도 없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야당도 전·현직 대표 간 ‘역할분담론’ 속에 온갖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관훈토론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관훈토론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민동용·정치부
민동용·정치부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이름이 외나무다리에 마주 선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거론됐다. 4·13총선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이해찬 의원과 그를 배제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그들이다.

전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컷오프에 대해 당 발표 전날 문 전 대표와 상의했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자기도 노력하고 있다. 부당한 공천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문 전 대표도 다방면으로 비상대책위원(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했는데 김 대표가 원체 완강했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서울에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 나온 김 대표가 이 의원의 컷오프 전날 문 전 대표와 상의를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대표는 “통화는 했다”면서 “(문 전 대표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을 하기에 나한테 맡겨 놓고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취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의원에게 “부당한 공천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는 발언은 기자에겐 일반론처럼 들린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이 의원 구제를 요구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문 전 대표는 이 의원이 “김 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날을 세운 이날도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이 의원 컷오프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주변에서 문 전 대표에게 침묵을 지키는 게 낫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호남 유권자를 끌어오기 위해 친노(친노무현)의 상징성이 큰 이 의원을 컷오프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남고 범(汎)친노, 올드 친노만 대거 탈락한 이번 공천 결과를 놓고 “문 전 대표가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또다시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미룬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 패배로 위기에 빠졌을 때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불러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모면한 것처럼 이번에는 김 대표를 불러 ‘물갈이’를 대신하게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정말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을 했는지, 아니면 김 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인지는 총선 이후에 드러날 것 같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문재인#김종인#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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