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한해 대입 두차례” 뜬금없는 교육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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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정책사회부
김희균·정책사회부
23일 오전 교육부는 ‘기사의 내용은 교육부 차원에서 검토된 사항이 아님’이라는 한 줄짜리 해명자료를 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시 사항을 보도한 기사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 장관은 전날 교육부 간부회의에서 “3월, 9월 두 차례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부처를 지휘하는 장관이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항을 놓고 “부처 차원에서 검토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이상한 해명을 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교육 정책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뜬금없는 지시로 혼란을 키운 이 장관의 발언에 있다. 대학 입시는 공교육 현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민감한 문제다. 당장 해당 보도를 접한 전현직 대학 입학처장들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대학 입시를 복수로 치르는 방안은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몇 차례 논의만 됐다가 사장된 내용이다. 국제 기준에 맞춰 9월 학기제를 도입하거나, 혹은 고교 내신만으로 학생을 우선 선발하자는 취지라는 등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초중고교의 학사 일정을 모두 바꿔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라서 결과적으로 시도되지 못했다. 이런 이력을 무시한 채 “대학원은 일 년에 두 번 입학하는데 대학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단순 논리를 펴는 것은 주무 부처 장관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은 취임 두 달이 되어 가는 이 장관이 교육 현안에 대한 대처 능력이나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취임 이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따른 보육대란으로 교육 현장은 물론이고 온 사회가 들끓었지만 이 장관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몇 군데 방문한 것 외에는 주목할 만한 행보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교육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정부의 입장만 피력하고 자리를 떠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교육부가 정부 논리만 되뇌는 사이 각 지역의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의회 간의 땜질 처방으로 누더기가 됐다.

이 장관은 인사 청문회 당시 뜨거운 이슈였던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발표 시점을 정해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부총리 겸 장관으로서 교육 현장의 갈등을 조정하고 현안을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김희균·정책사회부 foryou@donga.com
#대입#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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