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관석]‘표적수사’ 논란 부른 MB계 계좌추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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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사회부
장관석·사회부
“검찰이 지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무더기로 계좌 추적했다는 언론 보도는 황당하고 놀라운 일이다. 우리도 자체 파악 중이지만 검찰의 ‘명백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을 지낸 인사 12명 등이 무더기로 계좌 추적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최근 보도에 대해 MB 측이 18일 내놓은 공식 논평이다. 올 1월 MB와 그의 재임 시절 장관급 인사 13명이 가진 신년 모임에서 한 참석자가 “검찰이 나의 금융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은행의 통보를 받았다”는 말을 꺼내자 MB를 제외한 12명 전부가 “나도 추적당했다”고 털어놓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검찰이 MB 정부 인사들을 표적으로 놓고 그들의 계좌를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열어본 것처럼 보인다. 사실이라면 수사권 남용 또는 개인정보 침해 소지를 넘어 전 정권 인사를 상대로 한 ‘옛날식 표적수사’의 전형으로 불릴 법하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지난해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간 ‘층층 보고’ 체계 속에 수사보안이 여러 번 깨지곤 했는데, 사실이었다면 이런 중대한 사안이 진즉에 보도되지 않았겠느냐” “포괄적인 계좌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검찰 측도 17일 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무더기 계좌추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점점 커지자 검찰은 결국 18일 늦은 오후에야 해명 브리핑을 통해 MB 측 요구대로 ‘명백한 설명’을 내놓았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회사 부실 인수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고발인 김모 씨의 계좌를 추적했고, 그의 아버지인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의 계좌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장관급과 수석급 인사들이 각각 500만 원, 1000만 원 씩 김 전 기획관 계좌로 돈을 보냈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고발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고 ‘친목회’ 성격이 강해 보여 더는 추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MB측 인사들의 반응에 대해 “계좌추적 통지서 한 장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셈”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MB 측의 거부반응은 지난해 주요 사정(司正) 수사의 대상이 MB 측 인사였다는 ‘반복적 경험’과 맞닿아 있다. 재판에 넘겨진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과 이상득 전 국회의원, 민영진 전 KT&G 사장 등이 대표적 사례다.

MB계 인사 여러 명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반응을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그냥 넘겨버릴 수 있을까. ‘정의는 실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는 것으로 비쳐야 한다’는 법언을 검찰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장관석·사회부 jks@donga.com
#표적수사#mb#계좌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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