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위안부 물타기’ 발빠른 日… 너무 무신경한 韓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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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워싱턴 특파원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11일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에선 ‘한일 관계와 동아시아의 역사적 화해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제목으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얘기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후 워싱턴에서 열린 첫 세미나다. 아사노 도요미(淺野豊美)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일본의 재정 지원을 받아 마련한 자리다. 세미나가 열리기 전부터 위안부 협상에 대해 일본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현장에 가보니 예상대로였다. 아사노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제국주의에서 빚어진 사건으로 제국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지 일본인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내가 만난 위안부 할머니는 ‘강제 연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방청석이 들썩였다. 조지워싱턴대 교수인 이정실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회장은 “도대체 위안부 할머니를 몇 명이나 만나고 하는 소리냐”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패널로 나선 미국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왜곡 비판 서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 관리 또는 사실상 관리의 권한을 갖춘 자들에 의해 자행된 국가 범죄”라고 일축했다. 재미교포인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도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인권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위안부 협상 후 세계의 여론을 움직이는 워싱턴에서 열린 첫 공개토론장이었다. 하지만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세미나에서 일본 쪽 주장을 반박한 이들은 미국인이거나 재미교포들이었다. 한국 학자나 정부 당국자를 찾을 수도 없었다.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이 방청석 한쪽에 앉아 잠자코 듣고 있을 뿐이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재미교포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협상 후 할머니들도 보듬지 못해 비웃음을 사더니 여론전에도 실기(失期)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본이 미국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했다.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위안부#물타기#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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