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세진]‘창조경제’만 나오면 민감한 미래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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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산업부
정세진·산업부
6일 오전 갑작스레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자회견장.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법적근거를 강화하라’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며칠 전부터 일부 언론이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혁신센터의 법적근거가 논란이 되자 직접 나선 것이다.

최 장관은 설명 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법적근거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의 내용은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이 지난해 11월 30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장관은 “입법조사처의 집필 과정에서 몰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수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인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과제’의 51페이지를 보면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내용이 본문과 주석을 통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집필자인 정준하 입법조사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본문에 언급한 내용을 왜 집필 과정에서 몰랐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해 6월 말까지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와서 지속가능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보고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문제가 된 대목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국비 지원은 대통령령에 근거해 대통령령을 개정 또는 폐지하면 예산 지원 근거가 사라진다’는 부분이다. 집필자는 대통령령보다 상위 법률로 법적근거를 강화하라고 지적한 것인데, 미래부는 아예 관련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모르는 것처럼 몰아간 셈이다.

장관이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꼼꼼히 읽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참모진이나 담당 공무원들이 보고서의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장관을 기자회견장으로 떠밀었을 가능성이 높다. 본보 취재 결과 최 장관이 기자회견에 나서기 전까지 집필자인 정 입법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물어본 미래부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대통령이 내건 핵심 경제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장관이 허겁지겁 해명에 나서는 모습은 보기 안타깝다. 그만큼 창조경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미 지난 정부가 내건 ‘녹색경제’ 정책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창조경제’ 브랜드와 관련 정책도 다음 정부에서 과연 살아남을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치적을 쌓기 위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경제 산업 정책까지 이런 퇴행적인 정치문화에 휩싸인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다.

정세진·산업부 mint4a@donga.com
#창조경제#미래부#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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